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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로야구 탄생(33)

기사입력 [2006-12-18 10:08]

배성서, 감독 탈락 모르고 나름대로 선수 스카우트 구상
백인천 감독 설에 체념, 국가대표팀 맡겠다며 대학 잔류

이용일 총장과 헤어진 조광식 국장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배성서 감독을 만나기 위해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배 감독에겐 내가 죽일 놈이 됐죠. 감독하기 싫다는 걸 억지로 떠맡기다시피 맡으라 해놓고 백인천이가 나타났으니 안 된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었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비중이나 인지도에서 백인천이가 훨씬 앞서니 할 수 없는 일이었죠."

배성서 감독은 자신의 운명이 뒤바뀐 줄도 모르고 조금은 흥분한 채 조광식 국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MBC 창단 감독을 맡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들떴다. 또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야구가 별거냐 싶었다.

영남대 감독을 맡아 야구부를 창단했을 때도 두려움으로 밤 잠을 설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보란 듯이 강한 팀을 만들어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 뿐이 아니다. 오합지졸들을 긁어 모은 속에서 김재박이란 걸출한 스타를 탄생시켜 '스타 제조기'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코치는 누굴 쓸까? 두산과 나눠 가질 서울지역 선수들 가운데 누굴 잡아야 하나? 대충 생각나는 대로 쪽지에 이름들을 적었다. 그 속엔 김재박을 비롯해 선린상고 후배인 김우열과 이해창도 있었다.

그러나 배 감독의 이런 상상은 조광식 국장이 문을 여는 소리에 깨지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MBC 감독의 꿈도 날려버렸다.

MBC에서 버림 받았던 배성서 감독(오른쪽)은 5년 뒤 빙그레 이글스 감독으로 MBC와 일전을 겨뤘다. 사진은 86년 4월 1일 대전 개막전에서 맞붙게 된 MBC 청룡의 김동엽 감독과 꽃다발을 나란히 목에 걸고 화인 플레이를 약속하듯 악수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다.

"젠장, 내 그럴 줄 알았다구. 어쩐지 양복 입고 오라고 할 때부터 기분이 찝찝하더라니까. 처음부터 정말 이상했어."

조 국장으로부터 "백인천이 감독으로 오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은 배 감독은 얼굴이 시뻘개져 넋두리를 늘어 놓았다.

"정말 미안하게 됐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어떡하냐? 사정이 그렇게 됐으니 네가 이해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어이, 배 감독! 기회는 또 올 거야. 다음엔 목숨 걸고 널 밀 테니 이번은 없었던 일로 하자."

조 국장은 정말 할 말이 없었다. 배 감독의 이해를 거듭 구하는 길 밖에 없었다. 그러나 조 국장의 말을 들은 배 감독은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

"아니, 형! 내가 MBC 감독을 못해서 환장한 놈 같소? 내가 언제 MBC 감독을 한다고 했어! 싫다는 놈 붙들고 사정 사정하며 억지로 떠맡겨 놓고 이제 와서 뭐요? 백인천이 땜에 안 된다고? 이건 정말 형답지 안잖아! 이게 뭐요? 가만 있는 놈 감나무에 올려놓고 흔들어도 유분수지…."

"알았어, 알았어! 모든 게 내 잘못이다. 배 감독 기분 백 번 이해해. 자, 동생. 날 용서해 다오."

조 국장은 두 손으로 배 감독의 손을 움켜잡고 진심으로 사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배 감독도 자신이 너무했다 싶었던지 목소리를 낮추고 오히려 조 국장을 위로했다.

"잘 됐어, 형! 정말이야. 대학에 있다가 대표팀 감독 한번 해보는 게 꿈이었는데, 오히려 잘 된 것 아니우?"

조광식 국장은 자신의 처지까지 이해하고 위로해 주는 배성서 감독이 고맙기 그지 없었다. (홍순일/news@phot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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