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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로야구 탄생(36)

기사입력 [2006-12-21 01:10]

박현식에게 삼미 감독 권유하자 "전력 약해서 싫다" 거절
김현철 회장, 몸 닳아 제일은행장 만나 측면 지원을 요청

삼미의 김현철 회장이 감독으로 점 찍은 박현식은 인천 토박이는 아니었다. 박현식이 태어난 곳은 평남 진남포였다. 7살 때 부모를 따라 고향을 등진 박현식은 인천에 정착,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가 야구를 시작한 것은 동산중학 3학년 때였다. 46년 자유신문사가 처음 개최한 제1회 청룡기쟁탈중등선수권대회에 투수겸 4번 타자로 출전해 이름을 알렸다. 결과는 준준결승전에서 경기중학에 1-10, 8회 콜드게임으로 패했지만 걸출한 인물로 주목을 받았다.

54년에는 국가대표 선수로 제1회 아시아선수권대회(12월 필리핀 마닐라)에 출전, 국위를 선양한 그는 이후 숱한 해외 원정경기에 출전해 이름을 떨쳤다.

특히 65년에는 '아시아 철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이 상은 아시아야구연맹이 아시아선수권대회에 1회부터 6회까지 12년간 연속 출전한 공을 기리기 위해 특별히 만든 것이었다.

박현식이 제일은행과 인연을 맺은 것은 62년 농협을 떠나 팀 창단 선수로 입단하면서였다. 63년 제일은행 감독겸 선수가 된 그는 74년 감독에서 은퇴할 때까지 현역 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홈런 112개(비공인)를 날려 한국의 '베이브 루드'로 이름을 떨쳤다.

이런 인물이고 보니 김현철 회장이 반할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박현식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 현장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었다.

삼미 슈퍼스타즈 박현식 감독. 82년 1월 8일 삼미구단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관철동 삼일빌딩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그러나 그는 4월 26일 춘천에서 벌어진 OB전에서 11-12로 역전패를 당해 3승10패의 전적을 남기고 총감독으로 물러나 국내 프로야구 사상 최단명 감독이라는 불명예스런 기록을 남겼다.

"김진영 감독이 인하대에 남는 것으로 77년 제일은행 명동지점장을 거쳐 81년에는 부평지점장으로 나가 있어 야구와는 담을 쌓고 있었다. 그것도 정년을 2년8개월 앞두고 있어 야구에 대한 감각이 염려스러웠다.

뜻을 굳힌 뒤였던가? 하루는 박현식을 만나 삼미 감독에 대한 의사를 타진한 일이 있었다. 대뜸 '싫다'는 거였다. MBC라면 몰라도 삼미는 전력이 약해 망신 당하기 십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은행원으로 정년을 맞을 테니 삼미 얘기는 두 번 다시 꺼내지 말라'고 했다."

박현식을 설득하기 위해 그를 만났던 이호헌은 혹을 떼러 갔다가 혹을 하나 더 붙여 갖고 온 셈이 됐다.

이런 박현식의 뜻은 김현철 회장의 귀에 들어갔다. 김 회장이 생각할 땐 큰 일이나 다름없었다. 김진영 감독에 이어 박현식까지 거부하면 인천지역은 감독 공백상태가 되는 셈이다. 이들에 버금 가는 인물은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김현철 회장은 자존심이 상했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생각 끝에 찾아낸 게 간접 공략법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삼미특수강의 주거래은행이 제일은행이었다.

김현철 회장은 제일은행 이필선 행장을 찾아가 담판을 짓기로 했다. 우연스럽게도 이필선 행장은 박현식과 인천 창영국민학교(현 창영초등학교) 동기 동창이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참으로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셨더군요. 신문지상을 통해 삼미가 인천을 근거지로 프로야구 야구팀을 창단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내 고향 인천에도 프로야구 팀이 생긴다고 상상하니 가슴이 뿌듯합니다."

이필선 행장이 김회장의 손을 잡으며 축하의 말을 건냈다. 김 회장은 이때다 싶어 한 마디 했다.

"행장님께서 고향을 위해 꼭 도와 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김 회장께서 명령만 내리시면 내 힘닿는 데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부평지점장으로 계신 박현식씨를 우리 팀의 감독으로 모셔가야 하겠습니다."

"옛?"

이필선 행장이 깜짝 놀랄 만도 했다. 이 행장은 김 회장이 도와달라고 할 때 자금 지원 아니면 팀의 후원자가 되어 달라는 것이려니 했다.

그런데 아닌 밤 중에 홍두깨 격으로 일선 지점장을 내놓으라 하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지점장이 된지 겨우 1년이 된 자신의 소꿉친구 박현식을 달라고 하는 데는 기가 찰 수 밖에 없었다. (홍순일/news@phot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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