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감독보다 은행 중역에 마음을 두었던 장태영(왼쪽). 사진은 중학시절 라이벌이었던 상업은행 장태영 감독과 기업은행 김양중 감독(오른쪽)이 70년 제25회 청룡기대회 OB전에서 만나 회포를 풀고 있는 모습.
"장태영이 감독을 맡을 낌새를 보이지 않자 계약금으로 6천만원을 제시했다. 그 무렵 감독들의 계약금은 2천만원이었으니 3배나 되는 거금이었다. 그러나 이 양반이 보기 좋게 거절했다."
이호헌의 말이다. 하지만 감독에 대한 흥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장태영이 거금 6천만원을 거절하자 조동래 부사장은 한 술 더 떴다. 계약금이 적다면 2천만원을 더 얹어 8천만원을 주겠다고 다시 제의했다.
"정말 파격적인 대우였다. 그러나 장태영은 코웃음을 쳤다. '8천만원이 돈인가? 주려면 1억원을 줘야지, 8천만원이 뭐야!' 하는 거였다. 옆에 있던 내가 장태영더러 당신 미쳤다고 했다. 이 참에 감독 계약금도 받고 은행 퇴직금도 받아 적립해 놓으면 팔자 고칠 테니 생각을 바꾸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 나이에 돈이 무슨 필요가 있나? 내 꿈은 은행 중역을 한번 해보는 것이다' 라고 해선 두 손을 들었다."
이호헌은 은행 중역을 노리는 장태영에게는 롯데 감독 자리가 눈에 차지 않았을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니 6천만원이니, 8천만원이니 하는 거금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장태영은 5공 정권이 들어서면서 은행 중역에 대한 꿈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의 이학봉 민정 수석 비서관이 그에게는 큰 빽이었다. 이학봉 수석이 장태영의 경남고 후배였기에 그에게 거는 기대치는 더욱 컸던 것 같았다. 하지만 장태영은 평생을 야구로 보낸 사람이었다. 은행 중역이 되기에는 실무 경륜이 너무 짧았다.
장태영의 마음이 강 건너 간 사실을 확인한 롯데는 '꿩 대신 닭'이라는 식으로 한국전력 감독이자 국가대표 감독인 어우홍을 롯데 감독으로 지목,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갔다. (홍순일/news@photo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