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창단 사령탑으로 확정된 박영길 감독(왼쪽). 그러나 그는 83년 7월 롯데 감독에서 해임된 뒤 84년 1월 삼성 타격코치로 자리를 옮겨 86년 11월 삼성 감독이 됐다.
사진은 87년 박영길 감독이 전기리그에서 삼성을 우승시킨 뒤 이만수(오른쪽에서 2번째), 김용국(오른쪽) 등과 기쁨의 한 순간을 즐기고 있는 장면이다.
"솔직히 말해 기억에 없다. 내가 무엇이 아쉬워서 어우홍 감독을 만났겠는가? 내가 영향력을 행사해서 어 감독의 롯데행을 막았다고 하는데, 그 무렵 내겐 그 만한 힘이 없었다. 이건 훗날(87년 말) 어 감독을 영입할 때 들은 얘기다. 어 감독이 비토된 것은 구단주의 뜻이었다고 했다. 이것도 어 감독을 창단 감독으로 점 찍었던 조동래씨가 말해 줘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이다."
박종환의 말 속에서도 누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어우홍 감독의 영입을 구단주(신준호 사장)가 비토했다는 사실이다. 박영길 감독의 말을 들어보면 가닥이 잡힌다.
"나는 야구 시즌이 끝난 11월 중순부터 롯데측 대표로 프로야구 실무자회의에 자주 참석했다. 때문에 프로야구의 진행과정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롯데의 내부 움직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우홍씨가 롯데 창단 감독으로 내정됐었다는 사실도 조동래 부사장실에 들렸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박영길 감독은 그때가 12월 초순쯤으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박영길은 핀치에 몰려 있었다. 프로야구 창립이 본격화하면서 실업야구 팀인 롯데 자이언츠가 공중분해를 일으킨 때문이었다.
"팀이 분해된 마당이니 감독인 나도 떠나야 할 입장이었다. 이런 판에 롯데제과의 민제영 전무는 나를 볼 적마다 노골적으로 '팀이 없어졌는데 감독은 왜 사표를 내지 않느냐?'며 압력을 가해 왔다. 나도 답답했다. 그래서 조동래 부사장을 찾아갔다. 내 거취문제를 포함해 건의할 일도 있어서였다."
박영길 감독이 조동래 부사장실에 들어서는 것과 때를 같이해 전화 벨이 울렸다. 상대는 어우홍 감독 같았다. (홍순일/news@photo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