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 OB 베어스 창단 사령탑에 오른 김영덕 감독. 그는 코리언 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우승, OB를 프로야구 원년의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사진은 82년 10월 16일 삼성 라이온즈 초청으로 방한한 미국 프로야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팀과의 경기에 앞서 김영덕 감독이 행크 애런에게 꽃다발을 증정하고 있는 장면
두산그룹이 OB 베어스를 창단했을 때 살림살이를 맡았던 박용민 단장의 말이다.
"프로야구 창단 작업이 한창 무르익어 갈 때였다. 하루는 김성근이 나를 찾아왔다. 아마 그때 신일고를 무슨 사정이 있어 그만두고 쉬고 있었던가 그랬다. 갈 곳이 없다며 어느 팀이라도 좋으니 기회를 베풀어 달라고 했다. 좀 기다리라고 했다. 두산에서 좋은 소식이 갈 거라면서…."
이호헌의 말이다. 그는 김성근을 만나기 전 이미 최인철 회장을 만나 코치에 대해 주고 받은 일이 있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하루는 최인철 회장이 전화로 큰 일 났다며 하소연을 한 일이 있다. 김영덕 감독에게 코치로 김성근을 써보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펄쩍 뛰며 반대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김영덕 감독을 불러 알아들을 수 있게 얘기한 적이 있다."
이호헌은 이런 속사정까지 김성근 감독에게 말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김영덕 감독이 김성근 감독을 코치로 받아들일 것으로 믿고 있었다.
김영덕 감독도 OB로 가기 전 프로야구에 뜻을 두고 이호헌을 찾아 다닌 일이 있었다.
"김영덕 감독이 나를 찾아와 천안북일고엔 교장과 사이가 나빠져 더 있을 처지가 못 된다며 어디 갈만한 자리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감독이면 더욱 좋지만 코치라도 상관없다고 했다. 이런 그가 감독이 됐다 해서 김성근 감독을 거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처지가 비슷한 재일동포 출신들이어서 '당신이 김성근일 불러주지 않으면 누가 불러주겠느냐?'고 설득한 끝에 겨우 OK를 받아낸 일이 있다."
김영덕 감독이 '코치 김성근'을 반대한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 그는 OB 감독을 맡자 대가 센 김성근 감독은 제쳐놓고 그 나름대로 코치 인선을 끝내 놓고 있었다. (홍순일/news@photo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