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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의 프로야구 인문학] 유서깊은 별명 `헐크`와 이만수 포수상

기사입력 [2017-12-04 16:44]

'이만수 포수상'을 만든 헐크의 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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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타자 '헐크'의 포효를 올해 8월 라이온즈 파크에서 대구팬들에게 다시 보여주었던 이만수씨.  

 

국내 프로야구팬들은 '헐크'란 별명을 잘 안다.

'헐크'는 이만수 전 SK감독,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삼성 라이온즈 시절 주전 포수 겸 강타자였던 이만수 선수의 유서깊은 별명이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시를 앞둔 오늘, 이만수 전 감독이 설립한 헐크 파운데이션이 오는 22일 '이만수 포수상'을 시상한다는 훈훈한 소식을 모처럼 만에 접했다.


수상 대상자 2명은 국내 전국대회에 참가한 아마 야구 엘리트 포수들 가운데 뛰어난 활약과 올바른 인성을 보인 선수 2명을 헐크파운데이션 자문위원회에서 선정한다. 선정된 2명에게는 장학금과 야구용품이 주어진다.

아마 야구와 프로야구 한 시절을 대표했던 포수 출신 강타자가 아마 야구의 한참 후배들에게 포수상을 준다는 내용은 깊은 뜻이 담긴 것으로 느껴졌다.


이만수 전 감독이 삼성 라이온즈 선수 시절, 이만수 선수의 자택 아파트를 취재하러 간 적이 있었다.

아파트 실내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이 'M.S.LEE'S ROOM'이란 명패가 붙은 방이었다.


당시 이만수 선수는 이 방을 들어 가려는 기자를 한사코 말리며 절대로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왜 그런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기자가 "도대체 이 방은 뭐하는 곳이냐?"고 묻자,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부인이 "이 방은 이만수 선수가 야구를 공부하는 방"이라고 대신 답변해주었다.


"이제는 나눔의 홈런을 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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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감독은 초중고와 사회인 야구단을 찾아 야구 재능기부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 당시 기자는 이만수 선수가 그 방에서 야구를 어떻게 공부할까 매우 궁금하였으나 결국 그 방안을 구경하지는 못했다. 사진기자까지 동반한 자리였으나 그 방안에서 이만수 선수가 야구 공부를 하는 모습은 끝내 촬영할 수 없어 매우 아쉬웠다.


세월이 많이 지난 오늘 나는 다시 생각해봐도 이만수 선수가 그 방에서 어떻게 야구 공부를 했는지 모른다.

다만, 그가 현역 선수때부터 자신의 플레이를 연구하며, 상대팀 투수들을 연구하고, 은퇴를 앞둔 시기에는 미래를 고민했을 것이란 정도만 짐작이 간다. 

아울러 미국으로 야구 유학을 떠나기 위해 남몰래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현역 선수시절 '헐크'는 자기 홈런 갯수를 늘리기 위해 여념이 없고, 팀이 지고 있더라도 자신이 홈런을 치면 길길이 펄쩍뛰며 다이아몬드를 돌던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으로 인해 상대팀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던 선수로 꼽히기도 했다.

국내 프로야구 최초 2백홈런 돌파의 기록을 세웠던 이만수 선수는 기자들에게는 철저하게 선수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모습으로 많이 비쳐졌다.


그러나 기자가 짐작하지 못한 것은 SK 감독을 은퇴한 후 그의 행보이다.


동남아 국가인 라오스에서 야구 전도사 역할을 맡아 구슬땀을 흘리던 모습은 내가 전혀 예상한 장면이 아니었다.

라오스에서 돌아와 2015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와 사회인 야구단을 찾아다니며 야구 재능 기부를 하고, 2016년 헐크 파운데이션을 설립한 후 전국에 강연을 다니고 올해 '이만수 포수상'을 만든 것도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행보였다.


"이제는 보다 체계적인 재능 나눔과 기부를 위해 승리의 홈런이 아니라 나눔의 홈런을 치려고 한다"는 그의 메시지 또한 전혀 기대해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솔직히,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후배 은퇴선수들에게 귀감이 될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기적인 프로야구 스타들이 단발성 이벤트 행사를 한 적은 여러 차례 봤으나 체계적으로 이런 행보를 한 적은 좀처럼 본적이 없었다.


이만수 전 감독이 삼성 선수 시절 자신의 야구 공부방에서 은퇴후 미래를 생각하면서, 이런 행보까지 구상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그의 작은 야구 공부방이 은퇴후 많은 야구 후배들에게 큰 광장 역할의 산실이 되었다는 것에 소중한 의미를 두고 싶다. 

아무쪼록 야구 공부방에서 은퇴후의 미래를 꿈꾸었을 헐크가 나눔의 인생 홈런을 여한없이 치기 바란다. (이종훈 기자/ 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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