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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재구성] 후랭코프, `잠실 곰`과 함께 일군 꿈의 13연승

기사입력 [2018-07-17 11:33]

세스 후랭코프(30)와 ‘곰’은 찰떡궁합이다. 든든한 조화로 KBO리그 데뷔 이후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을 완성했다.

 

13연승.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동료들의 공수 지원이 밑거름이 됐다.

 

후랭 승리201806022.jpg

▲두산의 외국인 투수 후랭코프(김재환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선수)는 데뷔 이후 13연승이란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무패 행진이 끝났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후반기를 시작한다. 두산과는 찰떡궁합이다.   

 

후랭코프는 7월 10일 수원 KT전에서 신기록인 14연승에 도전했지만 ‘악몽의 3회’ 탓에 무너졌다. 이젠 올스타전에 출전해 김하성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그저 즐겼다. 유쾌하게 하루를 보내면서 아쉬움을 모두 씻어냈다. 17일 롯데전에 선발로 나가 새로운 마음으로 후반기를 시작한다.

 

후린 올스타 20180713.jpg

▲ 후랭코프는 7월10일 수원 KT전에서 올 시즌 첫 패전을 기록했다. 연승 행진이 끝났다. 올스타전에 참가해 아쉬움을 툭툭 털어냈다. 두산의 원투 펀치로 자리매김한 린드블럼의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후랭코프는 2018년 3월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데뷔전부터 7월 4일 부산 사직구장의 롯데전까지 총 17경기에 선발 등판하는 동안 13승을 따냈다. 단 1패도 기록하지 않았다.

 

이미 6월 8일 NC전에서 KBO리그 데뷔전 이후 선발 최다인 9연승을 달성, 지난해 NC 제프 맨쉽이 세운 8경기 연속 선발승을 뛰어 넘었다.

 

# 13연승의 명암, ‘3회 징크스’

 

명(明), 조화 - 2018년 5월 22일 대전 한화전

 

고비였다. 6연승 이후 10번째 등판. 2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한 8안타와 볼넷 2개로 6점이나 내줬다. 첫 패전이나 다름없었다.

 

1-0으로 앞선 3회말 크게 흔들렸다. 한화 4번 호잉에게 우월 2점 홈런을 맞은 데 이어 5번 김태균에게도 좌월 1점포를 연거푸 허용하는 등 5점을 내주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4회말에도 안정을 찾지 못했다. 볼넷 1개와 안타 2개로 1점을 더 내준 뒤 3번 송광민의 타석부터 현도훈으로 교체됐다.

그러나 중간 계투진과 타선이 도왔다. 현도훈, 김승회, 이현승으로 이어지는 불펜 투수들이 8회말까지 한화 타선을 무실점으로 묶었다. 그러자 타선이 터졌다. 1-6으로 패색이 짙던 7회초 2점을 뽑아 추격의 고삐를 당기더니, 8회초 4점을 추가해 7-6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선발 후랭코프는 패전 위기에서 벗어났다.

 

결국 이날 승부는 7-7 동점에서 연장으로 넘어갔고, 두산은 연장 11회말 무사 2, 3루에서 송광민에게 뼈아픈 끝내기 안타를 맞아 7-8로 패했다.

 

투수는 아무리 완벽하게 무실점 피칭을 해도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후랭코프가 등판하는 날, 두산 타선은 승리를 위한 득점을 제대로 만들어냈다.

 

                                           ◈ 후랭코프 등판일지 (KBO 홈페이지 캡처)

후랭코프 일자별 성적.jpg

 

암(暗), 침묵 - 2018년 7월 10일 수원 KT전

 

후랭코프는 13연승으로 1992년 오봉옥(삼성)이 달성한 데뷔 최다 연승기록에 타이를 이뤘다. 이날 승리하면 신기록이다. 하지만 강백호의 홈런이 모든 것을 앗아갔다. 

 

두산은 1회초 3번 박건우의 홈런으로 3회초까지 1-0으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선발 후랭코프가 3회말 흔들렸다. 선두타자 7번 오태곤을 3루 땅볼로 잡고, 8번 장성우에게 좌월 2루타를 맞았다.

 

괜찮았다. 9번 박기혁까지 3루 땅볼로 돌려세워 2사 2루.

 

그러나 박기혁에게 초구를 던졌을 때 큼지막한 홈런성 타구를 맞고, 비디오 판독 끝에 파울로 판정을 받았던 것이 마음에 걸린 탓일까. 1번 강백호에게 역전 우월 2점포를 맞았다.

 

후랭코프는 평상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2번 로하스에게 볼넷을 내준 것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3번 박경수에게 중전안타, 4번 유한준에게 1타점 좌중간 적시다를 맞아 1-3으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계속된 2사 2사 1, 3루. 5번 윤석민은 흔들리는 후랭코프를 무너뜨렸다.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를 당겨 쳐 좌월 3점 아치를 그렸다. 순식간에 1-6.

 

그래도 두산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후랭코프가 남은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아내고, 위기를 극복하길 바랐다. 스스로 ‘3회 징크스’에서 벗어나길 기대했다.

 

쉽지 않았다. 6번 황재균에게 다시 좌전안타을 맞더니 7번 오태곤에게 중전안타, 8번 장성우에게 1타점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1-7로 뒤진 3회말 2사 1, 2루에서 9번 박기혁의 타석부터 후랭코프 대신 홍상삼을 마운드에 올렸다.

 

‘3회 징크스’가 후랭코프를 괴롭혔다. 3회에만 12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홈런 2개를 포함한 8안타와 볼넷 1개로 7실점했다. 14연승 도전에 실패했다.

 

이날 두산 타선도 더 이상 후랭코프를 돕지 못했다. KT 선발 피어밴드의 호투에 눌려 어쩔 수 없었다. 결국 1-9로 패했다.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은 “후랭코프의 피칭에 힘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았다”고 짧게 평했다.

 

# KBO리그는 꿈의 무대, 기록이 말한다

 

후랭코프는 두산에게 ‘굴러온 복덩이’다. 두산이 전반기 내내 승승장구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두산은 전반기를 58승29패로 마감했다. 중간순위 1위다. 2위 한화와의 간격이 무려 7게임이다. 이변이 없는 한 정규 시즌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다.

 

후랭코프는 전반기 18게임에서 13승1패와 평균자책점 3.26를 기록했다. 전반기 다승 1위, 승률 1위(0.929)다. 14연승에 도전했던 KT전의 부진으로 방어율이 치솟았지만 린드블럼과 함께 최상의 원투 펀치임을 증명했다.

 

후랭 피칭 20180515223043914.jpg

▲후랭코프는 '복덩이'다. 196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듯한 역동적인 투구 동작이 인상적이다. 올 시즌 두산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투구 내용이 알차다. 18경기 중 6이닝 이상 던지면서 3안타 이하로 막아낸 것이 7경기였다.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경기도 두 차례나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1할9푼6리. 10개 구단 투수 중 유일하게 2할을 밑돈다. 이닝 당 0.4429개를 기록한 볼넷이 흠이라면 흠이다. 완투를 했을 때 3.99개를 내줄 수 있다는 수치지만 피안타율이 낮으니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두산 타선은 후랭코프가 등판하면 활기차게 득점을 지원했다. 경기당 평균 4.44점을 뽑아 후랭코프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었다.

 

# 후랭코프 13연승, 롯데에서 롯데까지

 

첫 승 - 이대호의 ‘공과’와 함께 한 행운

 

후랭코프의 데뷔전 상대는 불방망이를 자랑하는 롯데였다. 롯데 선발은 왼손 레일리. 두산은 삼성과의 개막 2연전에서 1승1패, 롯데는 SK전에서 2연패를 당했다.  두산은 1회말 1사 후 2번 최주환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3번 박건우는 좌중간 안타로 1, 3루의 득점 기회를 잡았고, 4번 김재환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았다.

 

레일리는 제구가 흔들렸다. 두산 타선은 매서웠다. 2회말 1사 후 9번 류지혁이 볼넷을 골랐고, 1번 허경민과 2번 최주환이 연속 2루타를 날려 2점을 추가하면서 3-0으로 앞서 나갔다.

 

선발 후랭코프는 홀가분하게 자신의 피칭을 거듭했다. 1회초 2사 후 롯데 3번 채태인에게 볼넷을 내준데 이어 4번 이대호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첫 위기를 맞았지만 5번 전준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안정감을 찾았다.

 

3-0으로 앞선 3회초엔 9번 나종덕, 1번 민병헌, 2번 손아섭을 차례차례 삼진으로 솎아낼 정도였다.  두산은 6회말 2사 만루에서 2번 최주환이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려 5-0으로 점수차를 벌리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후랭코프는 6이닝 동안 83개의 공으로 삼진 9개를 곁들이며 안타 2개와 볼넷 1개만 내주면서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제구와 경기 운영 능력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롯데는 0-3으로 뒤진 4회초 1사 후 4번 이대호가 2루타성 타구를 날린 뒤 1루를 밟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는 판정(통산 33번째 누의 공과, 공식 기록은 투수 땅볼 아웃)을 받았던 것이 ‘저주’였을까. 후랭코프에겐 분명 ‘행운’이었다.  

 

후랭 의지 20180327.jpg

▲후랭코프(오른쪽)가 이렇게 잘 할 것이라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후랭코프는 전반기를 13승1패로 마무리했다. 이제 후반기 첫 경기부터 나선다. 상대는 또 롯데다. '거인 킬러'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13연승 - 레일리와 재대결, 나는 ‘거인 킬러’

 

후랭코프는 롯데를 만나면 강했다. 한국 무대에 진출한 뒤 처음으로 7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이번에도 상대 선발은 레일리.후랭코프가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16경기에서 12승 무패와 평균자책점 2.71.

 

또 두산이 선취점을 올렸다. 두산은 1회초 1번 허경민이 3루수 신본기의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득점 기회를 잡았다. 2번 김재호는 우전안타, 3번 박건우는 몸에 맞는 공으로 무사 만루를 만들었다.

 

4번 김재환은 볼넷으로 밀어내기 타점을 올렸다. 계속된 무사 만루에서 5번 양의지가 우익수 희생 플라이를 날려 안타 없이 2점을 뽑았다.

 

롯데도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3회말 1사 후 롯데 8번 문규현이 좌월 1점 홈런을 날려 1점차 승부를 이어갔다.

 

후랭코프가 조금 흔들렸다. 4회말엔 선두타자 2번 민병헌과 3번 손아섭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고, 5회말에도 선두타자 6번 번즈와 7번 신본기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후랭코프의 위기 관리 능력이 빛났다. 4회말엔 4번 이대호를 병살 처리하면서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고, 5회말 무사 1, 3루에서도 8번 문규현을 유격수 병살타로 막아내면서 1점만 내줬다.

 

2-2 동점. 이번엔 두산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후랭코프를 지원했다. 2-2 동점이던 6회초 4안타와 볼넷 1개, 희생 플라이 1개로 3점을 뽑아 후랭코프의 승리 요건을 확실하게 채워줬다.

 

후랭코프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 5번 채태인의 안타성 땅볼을 1루수 신성현의 호수비 덕에 돌려세운 뒤 6번 번즈를 삼진, 7번 신본기를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그리고 5-2로 앞선 8회말부터 마운드를 박치국에게 넘겼다.

 

두산은 7-4로 승리했다. 후랭코프는 7이닝 4안타 2실점으로 역대 데뷔 이후 최다 타이인 13연승을 기록했다. 17게임 연속 무패.

 

후랭코프는 “선발 풀타임이 거의 처음”이라며 “벤치에서 투구수를 관리해주기 때문에 좋은 투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연승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역대 최다 연승 오봉옥, 가치는 퇴색

 

새내기에게 연승은 쉬운 일이 아니다. KBO리그에서 새내기로서 주목할 만한 연승 기록을 세운 뒤 레전드급으로 자리매김한 투수는 드물다.

 

역대 최다 연승인 13연승의 주인공은 오봉옥이다. 1992년 4월 28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쌍방울전부터 그 해 9월 16일 대구 태평양까지 13연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당시 삼성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성근 감독이 선발과 중간으로 전천후 활용하면서 ‘만들어준 승리’라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1992년 승률 1위를 차지하고도 평가절하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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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옥은 1992년 삼성에서 역대 신인 데뷔전 이후 최다 연승인 13연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 후 쌍방울, KIA, 한화로 떠돌았다. 주로 불펜에서 활약하다 은퇴했다. 사진은 KIA 시절 투구하는 모습.  

 

오봉옥은 포철공고를 거쳐 영남대 시절, 2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첫 제주도 출신 프로야구 선수였다. 그러나 1992년 시즌 이후 불미스런 교통 사고를 낸 뒤 ‘저니맨’으로 떠돌았다. 삼성에 이어 쌍방울, KIA, 한화를 거치면서 주로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이밖에 프로 원년이었던 1982년 OB 강철원이 8월 28일 인천 삼미전에서 뒤늦게 데뷔 첫 승을 올린 뒤 다음해인 1983년 5월 28일 대전 해태전까지 9연승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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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랭코프는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아니었다. 마이너리그에서 꿈을 키웠다. 후랭코프에게 KBO리그는 꿈의 무대다. 도약의 발판이 될 데뷔 이후 13연승의 대기록과 함께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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