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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산책] 입스 증후군(Yips Syndrome)

기사입력 [2018-04-30 09:52]

운동을 하다보면 플레이가 잘 되다가도 갑자기 어이없는 실수를 할 때가 한번씩 있다. 일반 사람들도 그렇고, 세계적인 선수들도 그럴 때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스포츠 심리학 분야에서 잘 설명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입스 증후군(Yips Syndrome)이다. 입스(yips)라는 용어는 골프 종목에서 처음 사용되었는데, 1920년대에는 ‘jump’, ‘whisky finger’라고 불렀고, 1940년대에는 술에 취해 손이 떨리는 것을 나타내는 의미인 ‘jitters’라고도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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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선수가 분데스리가에서 멋진 헤딩슛을 날리는 모습.

 

이후 1963년 미국 ABC방송국의 골프 해설자인 토미 아머가 입스를 골프 퍼팅과 관련된 용어로 사용했고, 자신이 입스 증후군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하여 골프계에 큰 영향을 미쳐 널리 사용하게 되었다. 물론 용어가 사용되기 이전부터 입스 증후군을 겪는 선수들은 많았다. 신체부상만큼 치명적인 운동선수들의 심리부상인 입스 증후군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돌발적으로 근육 경련이 일어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호흡이 빨라지면서 손에 가벼운 경련 등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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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선수는 분데스리가에서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에서 10시즌 동안 308경기 98골을 기록하며 활약하였다.

 


입스 증후군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는데, 신체적 원인과 정신적 원인이 있다. 신체적 원인에는 타박상, 염좌, 골절 등의 부상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있고, 심리적 원인에는 생체가 친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고자 할 때 발생하는 불안 요소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데, 스트레스로 인해 피로감, 집중력 감소, 신경과민, 분노, 공격성 등의 증상이 보이게 된다. 특히 운동선수들에게는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나 연습량 과다로 인한 컨디션 난조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세계적인 골퍼 타이거 우즈 역시 전성기 시절 683주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지켜오며 골프 황제 자리에 등극하였지만, 사생활의 문제와 부상 그리고 입스 증후군으로 끝없는 추락의 길을 걸으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리고 차범근 선수 역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페널티킥에 대한 징크스로 인해 정확히 말하면 입스 증후군으로 인해 단 1골의 페널티킥 골이 없이 모두 필드골로만 98골을 넣었다. 아직도 독일에서는 차붐이라는 별칭과 함께 전설로 기억되는 대한민국 축구스타이자 분데리스가 폭격기였던 그도 우리가 잘 모르는 입스 증후군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차범근 선수의 이러한 입스 증후군은 그가 19세에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된 첫 경기에서 PK실축에 대한 기억이 지속적으로 남아 PK 공포심을 가져 이후에도 PK를 멀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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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미국 PGA 투어 메이저 대회 마스터즈 1997·2001·2002·2005 우승, US 오픈 2000·2002·2008 우승, 브리티시 오픈 2000·2005·2006 우승, PGA챔피언십 1999·2000·2006·2007 우승 등 총 79회 우승을 한 살아있는 전설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국내 Cable TV에서 방영된 드라마에서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 이런 사례를 실제 MLB 피츠버그의 투수 스티브 블래스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는 1968년부터 5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한 에이스였는데, 1973년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고, 볼넷을 남발하여 결국 선수 생활을 마감하였다. 10년 동안 10376, 896삼진을 기록한 스타선수였고, 1972년에는 19승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었던 그였다. 그러나 다음 해에 특별한 신체적 이상도 없었는데, 갑자기 구위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패전투수에 대한 두려움이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결국 32살의 나이로 은퇴하고 말았다. 그래서 입스 증후군의 유사 용어로 블래스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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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잠실 LG전에서 두산 타자 홍성흔이 파울을 친 후 아쉬워 하고 있다.

 

한편 국내 선수들 중에도 입스 증후군으로 고생한 선수 사례는 매우 많다. 두산 베어스 홍성흔 선수는 2007년 팔꿈치 수술 후유증으로 입스를 경험하면서 포수에서 지명타자로 전향했다. 기아의 김선빈 선수 역시 20082루수로 첫 출전해 SK 박정권 선수의 빗맞은 타구를 놓친 후 뜬공 공포증이 생겨 한 동안 입스 증후군에 시달려야 했지만, 작년 37푼의 성적으로 타격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극복하였다. 마찬가지로 한화 정근우 선수 역시 고등학생 시절 생긴 팔꿈치 통증으로 루키 시절 송구 두려움을 겪었지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잘했던 플레이들을 되새기며 스스로 자신감을 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 입스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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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8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한화 3회말 1사 만루에서 9번 최재훈을 상대하던 삼성 투수 에델만의 폭투 때 3루주자 정근우가 역전 득점을 올리며 이용규의 환영을 받고 있다.

 

 

결국 입스 증후군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의식 과잉으로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매일 던지던 스트라이크를 어느 날 갑자기 제구가 안 돼서 못 던지는 것처럼, 생각이 많아서 근육에 저장된 무의식의 본능이 발현되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스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체적 안정은 물론 정신근육이 몸을 지배하여 불안감을 스스로 없애가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들 스타 선수들에게 하는 얘기인 당신의 최대 라이벌은 자기 자신이라는 말은 결국 스스로가 그 많은 부담감과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부단한 자기 노력과 자신감으로 증후군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스포츠 현장에서 선수들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언제든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자신감을 상실하여 입스 증후군이 나타날 수도 있다. 많은 선수들의 극복 사례처럼 긍정적인 마인드와 노력으로 이를 극복하여 보다 성숙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만들어야 하겠다. (김진국 전문기자 / navyj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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