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활을 잘 다루는 민족이라 하여 동이(同異)라고 불렸다. 활은 강하지만 매우 유연한 무기이고,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무기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활은 순 우리말로 화라지, 회초리 등에서 어원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가느다란 나무를 뜻하는 단어이다. 그래서 가느다란 나무에 끈을 묶어 화살을 쏘았기 때문에 활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우리나라 전통 활쏘기는 국궁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이 발전하여 스포츠로 변모하였다. 국궁은 단순한 스포츠에서 벗어나 활의 정신을 계승하여 심신단련과 예를 지키는 운동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국궁인들은 그들이 지켜야 할 9가지 개훈을 가지고 예를 갖추게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대에 섰을 때 옆에 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활을 쏘며 서로 예의를 갖추고 동진동퇴하는 것이 있다.
한국 양궁의 전설이 된 김수녕선수는 고교1학년때 대표팀에 발탁되어 88서울올림픽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 등 각종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한국 양궁 세계 재패의 신호탄이 되었다. 사진은 시드니올림픽 16강전 모습이다.
세계사에 남겨진 양궁의 역사는 1538년 영국의 헨리 8세가 처음으로 대회를 열었다는 것인데, 이후 유럽 전역에 양궁이 널리 보급되어 1931년 국제양궁연맹이 조직되어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현대적인 의미의 양궁은 1972년부터 개인전 종목으로 시작되어 1988년 서울올림픽때부터 단체 부문이 생겼다. 우리나라 양궁의 실력은 전 세계에서 으뜸이라 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양궁을 잘 하는 것은 아니었다. 1960년대 석봉근 선생은 손수 양궁 교본 등을 제작하여 제자들을 가르쳤는데 이것이 근대 대한민국 양궁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일본 선수들의 실력이 우리나라 선수들 보다 뛰어나 배우러 갔으나 일본 관계자들이 번번히 거절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양궁 리커브단체 결승경기에서 한국 정다소미(왼쪽부터), 이특영, 장혜진이 중국을 3-0으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동이민족답게 대한민국 양궁은 기초 자세와 체력훈련부터 남다른 준비를 통해 급성장하게 되었고, 단체전이 시작된 1988년 서울올림픽때부터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때 까지 여자부 선수들은 단 한 차례도 우승을 빼기지 않을 정도로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올림픽 역사상 8연패는 한국 여자양궁 단체전과 미국 남자 400m 계주가 있었는데, 리우올림픽때 자메이카 대표팀에게 금메달을 양보하면서 이제 그 연패 신기록은 대한민국 여자 양궁 단체전만 남았다. 무려 8연패. 시간으로 따지면 32년간 챔피언의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어느 올림픽 중계 때 외신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미국 농구팀에 드림팀이 있다면 양궁은 한국 여자팀이 있다고... 농구 드림팀과 비교를 할 만큼 대단한 업적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팀이다. 그럼 어떻게 그런 업적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태릉선수촌에서 2016 리우올림픽 D-30 양궁 올림픽 대표팀 미디어데이 및 훈련 공개가 열렸다. 여자 양궁 기보배가 과녁을 확인 후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전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님을 만나보았다. 그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양궁의 비결을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이구동성으로 첫 번째 비결은 협회의 일관성 있는 지원과 공정한 대표 선발이라고 하였다. 대한양궁협회는 정몽준 현대자동차 회장부터 약 40여년에 걸쳐 현대그룹의 주요 인사들이 계속 협회장을 맡아오면서 꾸준한 지원과 관심을 통해 지속 발전할 수 있었다. 현재 정의선 협회장 역시 양궁대표팀에 무한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이러한 보답으로 우리가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내야겠다는 스스로의 동기부여가 생긴다고 하였다.
특히 대표팀뿐만 아니라 양궁에 입문하는 주니어 선수들에게도 훈련에 필요한 장비와 기타 제반 물품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준다고 하여 가정의 경제적 뒷받침이 많지 않아도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몇 않되는 종목이라는 자부심도 갖고 있다. 또한 대표선수 선발과정이 다소 복잡하고, 힘들지만 국제대회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 선발을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선발하여 순수한 노력의 결실을 통해 대표 선수가 되는 과정이 공정하고, 깨끗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그런 문화에서 성장하여 스스로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2006아시안게임 양궁 경기에서 남여 단체전 시상식이 끝난후 여자대표선수들이 정의선 대한양궁협회 회장에게 메달을 목에걸어주며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있다.
두 번째는 지도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한국의 올림픽 금메달이 장기화 되면서 국제양궁협회와 많은 나라들에서 한국팀을 이길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고안한 끝에 경기를 룰에 변화를 계속 주면서 우리 선수들을 자극하였다. 그러나 어떤 경기방식이든지 우리 지도자들은 그 경기 규칙에 맞는 다양한 훈련 방법들을 고안해 내면 대표팀 선수들을 훈련시켜 지속적으로 정상을 지킬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공동묘지 훈련, 번지점프 훈련, 고공 사대에서 활쏘기 훈련, 프로야구 경기장에서의 실전 훈련 등 비교적 변수가 많은 양궁 경기를 앞두고 흔들리지 않고 집중하여 10점을 조준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을 평소에도 꾸준히 몸에 익혀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훈련 방식을 끊임없이 연구해 온 까닭에 이러한 성과가 가능했다고 한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리우올림픽 여자양궁대표 선수들이 실전 적응훈련을 가졌다. 장혜진,기보배, 최미선 등 여자양궁대표 선수들이 훈련을 끝내며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아울러 선수육성 시스템을 통해 정상권의 선수들 간 실력 차이가 거의 나지 않은 특징이 있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이 뒷받침되고, 심리적인 부분 그리고 자기관리 등과 모두 맞물리는 내용이지만 우수 선수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성인 선수가 될 때까지의 연계 체제가 탄탄하게 잘 갖춰져 있어 일관성 있는 훈련과 성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마치 유럽의 명문구단 축구팀처럼 유소년 시절부터 훌륭한 지도자 밑에서 단계별로 배우고, 성장하는 시스템과 유사하여 선수들의 실력도 정상권을 유지할 수 있고, 선수들 간의 격차도 적어 경쟁을 통한 실력 향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2016 리우올림픽 D-30 양궁 올림픽 대표팀 미디어데이 및 훈련 공개가 열렸다. 남자 양궁 김우진과 구본찬(오른쪽)이 발사대를 확인한 후 돌아오며 미소를 짓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정한 대표선수 선발시스템이 있다. 우리나라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은 올림픽 금메달 획득보다 어려운 관문이라는 얘기를 종종한다. 대표팀 선발은 또한 ‘클린 선발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오로지 실력으로만 대표선수를 선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양궁 선발전은 8개월 동안 수천발의 화살을 쏴야 하는 대장정이고, 국내 랭킹 120위 안에 선수들이 1, 2차 선발전을 거쳐 12명이 3차 선발전 자격을 얻고, 3차전에서는 지난해 국가대표 16명의 선수가 합류하여 최종 8명의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선발된 국가대표도 내부 경쟁을 통해 평가전 4위 안에 들어야 국제대회에 대표로 출전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니 공정함이라는 것은 당연시 되고, 이렇게 선발된 선수들이다 보니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우연일 수가 없는 것이다.
`제16회 광저우 아시아게임` 남자양궁 단체 결승전에 출전하여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한뒤 동반 금메달을 차지한 여자양궁선수들과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자양궁 단체전은 82년 뉴델리부터 금메달을 획득하여 8연패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한국 양궁의 세계적 실력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당연히 필자가 생각할 때에는 선수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가장 큰 비결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노력을 기반으로 공정하고 깨끗한 협회의 선수 선발과 진심어린 지원이 맞물려 대한민국 양궁이 계속 발전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연유로 올 8월에 개최되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우리나라 태극기와 애국가가 울려 퍼질 것이라 확신한다. 이처럼 대한양궁협회는 다른 스포츠종목 단체의 롤 모델로 지속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라고, 다른 종목의 협회들도 벤치마킹을 통해 경기력 향상을 통한 국위선양은 물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동참하여 스포츠 단체가 대한민국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김진국 전문기자 / navyj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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