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축제인 ‘2018 러시아 월드컵’이 한창이다. 러시아의 모스크바 등 11개 도시 12개 경기장에서 대륙별 예선을 통과해 본선 무대에 오른 32개국이 결전이 펼쳐지고 있다. 월드컵은 단일 종목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이고, 이를 주관하는 FIFA의 가입국은 UN 가입국(193개국)보다 많은 211개국에 달한다. 이러한 규모 때문에 월드컵을 주관하는 FIFA 입장에서는 많은 재정이 필요한데, 여러 가지 방안 중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관계 구축 프로그램인 공식스폰서 제도를 소개한다. 공식스폰서 제도는 FIFA와 후원기업이 모두 win-win 할 수 있는 방안으로 FIFA는 재정 확보를, 기업은 FIFA가 만들어 놓은 글로벌 마케팅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공식후원사(출처: FIFA 홈페이지)
그럼 먼저 2018 러시아 월드컵의 후원사 구조를 살펴보자. 월드컵 스폰서십은 크게 3단계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장 큰 후원사들인 ‘FIFA Partner’는 보통 다년간 계약을 진행하고, 월드컵 해 뿐만 아니라 4년 내내 FIFA에게 독점적 마케팅 권한을 부여 받는 가장 높은 단계의 후원사들이다. 이번 월드컵에는 총 7개의 기업이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독일의 축구용품기업 아디다스, 미국의 음료기업 코카콜라, 러시아의 국영천연가스기업 가즈프롬, 한국의 자동차기업 현대·기아 모터스, 카타르의 항공기업 카타르항공, 미국의 카드회사 비자, 중국의 미디어·부동산기업 완다 그룹 등이다. 이 후원사들은 각각 다른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부여받기 때문에 동종업계의 복수 기업이 후원사로 활동하지 못한다. 예로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부문 후원사이기 때문에 다른 자동차 기업이 FIFA Partner로는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한 계약 만료 시점에 재계약 우선권을 주기 때문에 기업의 지불 능력과 의사만 확고하다면 오랫동안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경기장 내에 롤링보드 광고판을 보면 공식스폰서들의 광고들이 돌아가면서 노출이 되어 경기를 보는 도중에 어떤 기업들이 있는지 보고, 저 기업들이 월드컵 공식스폰서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피파 공식파트너(출처: FIFA 홈페이지)
두 번째 단계는 ‘FIFA World Cup Sponsor’로 참여하는 5개의 기업이 있다. 벨기에 맥주제조회사 앤하이저부시 인베브의 대표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 중국 가전제품 제조기업 하이센스, 중국 내몽고 유제품 가공 회사 멍유,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기업 맥도날드, 중국 일렉트로닉스 휴대전화 브랜드 비보(VIVO) 등이다. 이 후원사들에게는 당해 월드컵 기간에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 보통이고, FIFA 관련 무형 자산인 월드컵 로고, 엠블럼 등은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 마케팅 권한의 범위가 작고, 그 대신 후원금액도 내려간다. 세 번째는 ‘FIFA National Supporters’ 가 마지막 단계인데 이번 대회에서는 총 5개의 기업(알파방크, 알로사, 로스텔레콤, 러시아철도, 야디)이 거론되었으나 실제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은 중국 전기·자전거 제조기업인 야디(yadea)만이 러시아 지역 내에서만 월드컵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셔널 서포터는 당해 월드컵이 열리는 개최국 내에서만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통은 자국의 기업들이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제한적인 마케팅 권한으로 인하여 후원 금액 역시 가장 적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스폰서(출처: FIFA 홈페이지)
2018 러시아 월드컵 내셔널 서포터(출처: FIFA 홈페이지)
그럼 공식스폰서들은 어느 정도의 후원금을 지불할까? 먼저 가장 높은 등급의 후원사인 FIFA Partner는 4년 동안 연간 $1억 정도를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FIFA World Cup Sponsor는 약 1/4 규모인 연간 $2,500만 정도를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FIFA National Supporters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해에만 약 $2,500만 정도를 지불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매번 월드컵마다 후원사들의 규모와 종류는 달라져 정확한 수치를 측정하기 어렵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후원사 22개에서 지불한 후원금이 $13.5억 정도(약 1조 4,000억 원)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투자가 가능한 것은 그만큼 기업들도 혜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세계시장을 목표로 성장을 꿈꾸는 기업들에게는 각각의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보다 시간적, 경제적 효과가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이용하는 것만큼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공식후원사인 현대,기아자동차의 각 국 선수단에 제공된 차량 모습 사례(출처: FIFA 홈페이지)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경우 단 기간에 전 세계로 미디어를 통해 또 현지에서 많은 관람객들을 모으는 파워 플랫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지도 제고는 물론 일반 광고와는 달리 후원이라는 의미로 다가서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올림픽 주관 IOC나 월드컵 주관 FIFA의 권위를 공식파트너의 경우는 말 그대로 협력관계로 인정하기 때문에 권위의 동일시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고착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예를 들어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FIFA에 선수단과 관계자 등을 이동시켜 주는 자동차를 제공해 미디어를 통해 현대·기아자동차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식음료를 제공하는 맥도날드나 코카콜라의 경우 독점 판매권을 주어 월드컵 경기 반경 안에는 다른 식음료의 판매가 금지된다. 아울러 각종 팸플릿, 티켓 및 이벤트에 공식스폰서의 기업명 또는 로고를 넣는 방식으로 다양한 공간과 형태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스폰서 맥도널드의 월드컵 마케팅 사례(출처: FIFA 홈페이지)
실제 현대자동차의 경우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공식 후원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2002년에는 $1억 정도를 투자해 약 $60억(213개국에 경기당 12분씩 노출된 광고 효과)의 효과를 보아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본격적 마케팅 활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지속적인 후원 활동으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세계 4위 자동차 시장인 브라질 내에서 월드컵 후원 활동 후 5.3%의 판매량 증가가 나타나 FIFA 후원사들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실제 직, 간접적인 수익창출을 발생하기 때문에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같은 기간 VISA도 전년 대비 73% 증가한 $2,700만의 결제 금액이 발생했다고 발표하였으며, 아디다스 역시 매번 월드컵을 전후하여 약 2배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해 투자대비 얻는 효과가 높아 지속 후원에 이견이 없다고 한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공식스폰서 VISA의 월드컵 마케팅 사례(출처: FIFA 홈페이지)
월드컵 무대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의 수단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2026년 북중미 월드컵부터는 48개국이 참여할 예정이라 예선전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마케팅 전쟁 역시 더욱 가열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이유로 지구촌 축제 월드컵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들의 스포츠마케팅 전쟁은 결승전만큼 치열해지고, 대회마다 앰부시 마케팅의 규제가 더욱 강력해 지고 있어 어떤 기업이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식 스폰서들을 보는 것도 월드컵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 한다.(김진국 전문기자 / navyj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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