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로 불리던 이종범 선수의 가족 모습(사진 가운데는 국가대표가 된 이정후 선수의 유아시절).
부모로부터 자식으로 전해지는 여러 가지 특징을 만들어 내는 유전 정보의 단위를 우리는 유전자(gene)라고 한다. 유전자는 세포의 핵 속에 있는 염색체를 구성하는 DNA(Deoxyribo Nucleic Acid)의 일부분으로 사람의 유전자는 약 15,000~30,000개 정도로 추정된다. 이처럼 유전자는 DNA의 일부분이므로 하나의 모세포에서 2개의 딸세포를 형성할 때 모세포의 DNA를 2배로 복제하여 각각의 딸세포로 나누어 들어가게 하는 방법으로 부모세대에서 다음세대로 특성을 물려주는 현상인 유전이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우리는 주변에서 부모의 탁월한 능력을 물려받아 대대로 업적을 만들어내는 가족들이 있다.
넥센히어로즈의 외야수이자 국가대표로 활약중인 프로2년차 이정후 선수의 모습.
다양한 유전자 가운데 운동 능력에 탁월한 유전자를 가진 가족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MLB에서 가장 유명한 부자(父子)는 켄 그리피 시니어와 켄 그리피 주니어 일 것이다. 이들은 부자가 한 경기에 같이 출전하는 진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2번 타자로 타석에 나선 아버지와 3번 타자로 나선 아들이 백투백 홈런을 기록하는 명장면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호타준족의 대명사인 역대 2번째 300홈런-300도루를 기록한 바비 본즈의 아들은 400홈런-400도루의 기록은 물론 통산 756개의 홈런(1위)으로 유명한 배리본즈이다. 부자가 모두 당대 최고의 기록을 남겼고, 호타준족의 DNA를 숨길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세계적인 축구선수로 도약중인 손흥민 선수의 배경에는 축구선수 출신인 아버지 손정웅씨가 있었다.
야구에만 사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축구에서도 부자의 활약을 발견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이탈리아의 체사레 말디니와 파올로 말디니 부자이다. AC밀란의 전설적인 수비수였던 아버지 체사레 말디니는 현역 시절 리그 우승은 물론 팀 최초의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 우승을 이끌고, 1998년 이탈리아, 2002년 파라과이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에 출전했던 명장이었다. 아들인 파올로 말디니 역시 AC밀란에서 활약하면서 리그 7회,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을 하며 이탈리아 국가대표로 126경기에 출전하는 등의 활약을 하였다. 이들이 대표 사례로 꼽히는 이유는 둘 다 팀의 주장으로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98프랑스 월드컵 때는 감독과 선수로 출전하는 이력을 남겼고, 파올로 말디니의 두 아들인 크리스티안과 다니엘 역시 AC밀란 유스팀에서 활약하고 있어 3대가 주전으로 활약하는 날이 올지 주목된다. 골프계에도 제스 하스와 아들 빌 하스, 크레이그 스테들러와 아들 케빈 스테들러 등 부자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아버지의 명성에 버금가는 2세들의 활약은 아직 미진한 편이다.
전 축구국가대표를 나란히 지낸 차범근, 차두리 선수 부자의 모습.
우리나라에도 2대에 걸쳐 스포츠 스타로 활약한 사례는 많다. 우선 이번 2018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야구 이정후 선수와 기계체조 여세정 선수가 대표적이다. 이정후 선수의 아버지 이종범 선수는 WBC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각종 기록들을 만들었던 야구의 전설이었다. 특히 2년차에 .393의 타율로 타격왕이 되었는데 프로야구 원년 백인천 감독의 .407에 가장 근접한 최고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그의 아들 이정후 선수 역시 2년차 징크스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높은 타율로 리그 타격왕의 가능성이 있어 야구 사상 최초의 부자 타격왕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 기록은 아직 MLB에도 없는 대기록이라고 한다. 또한 기계체조의 여세정 선수는 도마의 신이라 불리는 여홍철 선수의 딸이다. 아직 16살인 여 선수는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에서도 담대하게 연기를 펼쳐 당당히 금메달을 딸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여 한국 체조의 미래로 성장해 가고 있는 중이다.
체조의 전설 여홍철 선수의 현역시절 모습.
전 탁구 국가대표 안재형 선수와 프로골퍼선수 안병훈 부자의 모습.
2014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8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 야구 우승의 주역인 황재균 선수의 어머니 설민경 전 테니스 선수도 1982년 인도 뉴델리 아시안게임 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금메달리스트로 모자 금메달 가족이다. 또한 축구의 전설 차붐 차범근 전 감독의 아들인 차두리 역시 국가대표 선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국가대표 코치로 활약을 하고 있다. 수영에서는 아시아의 물개라고 불리던 조오련 전 선수의 아들 조성모 선수가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차지하며 부자의 위력을 보여주었고, 태권도에서는 1973년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철환 선수의 딸 김연지 선수가 2001년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부녀 금메달 가족으로 이름을 올렸다. 농구에서는 허재 감독과 그의 아들 허웅과 허훈이 나란히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여 활약을 했다. 특별한 사례도 있다. 1980년대 탁구스타였던 한국의 안재형 선수와 중국의 자오즈민 선수가 결혼을 해 탄생한 아들 안병훈 선수는 골프계에 입문하여 유러피언투어 BMW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하는 등 큰 활약을 펼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부모의 좋은 DNA를 받고 성장하고 있는 많은 2세들이 우리나라의 스포츠계를 이끌어 가는 모습에서 유전자의 신비로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고, 많은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하여 부모님의 업적을 뛰어넘는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김진국 전문기자/navyj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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