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전라북도 익산시를 중심으로 14개 시·군 73개 경기장에서 제99회 전국체육대회의 막이 올랐다. 전국 17개 광역단체 및 세계 18개국의 교포선수와 임원 등 약 3만 여명이 참가하는 이번 전국체전은 유구한 역사와 함께 대한민국 스포츠가 발전할 수 있었던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었다. 1980년대 아시안게임, 서울올림픽 등의 국제 스포츠이벤트가 열리기 전까지 전국체육대회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고, 개최 도시들은 체전을 기반으로 지역 발전을 앞당기는 계기로 삼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전 국민들의 관심을 받는 축제가 아닌 지역의 스포츠 이벤트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번 익산 전국체전은 전라도 개도(開道) 천 년을 기념하여 ‘비상하라 천년전북, 하나 되라 대한민국’이라는 구호 아래 마스코트는 서동왕자와 선화공주로 선정되었고, 전북 지역에서 역대 4번째로 열리는 대회이다.
제87회 김천 전국체육대회 개막식 모습
전국체육대회 개최의 목적은 경기를 통해 겨레의 단결심과 인내력을 기르고, 준법정신을 생활화하고 올바른 승부의 가치관을 깨우치며, 나아가 강인한 체력과 슬기로운 민족의 저력을 배양해 세계에 국위를 선양하는 것이다. 대회 첫날 거행하는 개회식에는 강화도 마니산의 참성단(塹城壇)에서 성화를 채화, 성화 봉송 과정을 거쳐 성화대에 점화하는 의식을 가진다. 전국체육대회는 1920년 11월 조선체육회(朝鮮體育會)가 배재고등보통학교(培材高等普通學校) 운동장에서 개최한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를 기원으로 삼고 있으며, 이 대회부터 회수를 기산(起算)해 왔다. 다음해에는 제1회 축구대회를 개최하는 등 조선체육회는 야구, 축구, 육상, 정구 등을 단일 종목별로 차례차례 개최하면서 점차 체육활동의 폭을 넓혀왔다. 그 뒤 1929년에 조선체육회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최초의 종합대회인 전조선경기대회를 개최했다.
제81회 부산 전국체육대회 개막식에 점화되는 성화의 모습
1930년부터는 다시 종목별 개별대회로 경기를 실시했으며, 1934년 11월에는 창립 15주년을 기념해 전조선종합경기대회라는 이름으로 경기를 개최, 야구, 축구, 정구, 육상, 농구 등 5개 경기를 경성운동장과 여러 보조경기장을 사용해 개최했다. 이듬해에는 궁도, 씨름, 역도가 추가되었고, 1936년에는 빙상경기, 복싱, 탁구가, 1937년에는 배구가 추가되는 등 대회 규모가 점점 커져갔다. 이처럼 대회가 발전함에 따라 경기 수준도 향상되어 많은 종목에서 일본을 압도할 정도로 발전하였으며, 특히 손기정(孫基禎) 선수가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전후해 그 수준이 절정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후 일제의 체육 통제가 가해지기 시작해 1938년 조선체육회가 일본인 체육단체인 조선체육협회에 강제 통합되면서 전조선종합경기대회는 1937년에 개최된 18회 대회를 마지막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제81회 부산 전국체육대회 개막식 행사의 모습
이후 1945년 해방과 함께 부활되어 같은 해 10월부터 자유해방경축전국종합경기대회라는 명칭으로 경기가 개최되었는데, 이것이 제26회 전국체육대회이다. 1948년 제29회 대회 때부터 전국체육대회로 이름을 개칭하고, 종전의 자유참가제를 시·도 대항제로 정착화 되었다. 1949년 제30회 전국체육대회는 해방 이후 다섯번째 대회로 서울에서 열렸고, 윤석중(尹石重) 작사, 김순애(金順愛) 작곡으로 전국체육대회가(全國體育大會歌)가 제정되었다. 1955년 제36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처음으로 강화도 마니산에서 성화 릴레이를 시작했으며, 1960년 제41회 전국체육대회는 대전에서 개최가 되었는데 지방에서 전국체전을 앞두고 대규모 공설운동장이 건설되는 효시(嚆矢)가 되었다. 1984년 제65회 전국체육대회는 1986년의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이들 대회에 대한 준비와 경험의 축적을 위해 경기운영의 전산화 및 국제경기방식을 채택하고, 관중의 카드섹션 등을 실시하였다.
전국체육대회 서울시 대표로 선발된 배우 겸 복싱선수 이시영씨의 모습
이렇듯 100년의 역사 속에서 민족의 슬픔과 기쁨을 모두 함께 겪으면서 지금까지 대한민국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그 명맥을 유지해 온 전국체육대회를 앞으로는 더 체계적인 홍보와 관리를 통해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일제강점기에도 한국전쟁에도 꿋꿋하게 버텨온 전국체육대회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이 지금의 스포츠 강국이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번 익산 대회와 함께 내년 100주년 기념으로 개최되는 서울 대회를 기점으로 다시 한번 민족의 스포츠 축제로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자체와 유관기관들 및 국민들이 모두 동참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대회 현장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할 세계적인 선수들이 시·도를 대표해 참가하여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나아가 국위를 선양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무대이자 축제의 장이니 만큼 우리 모두가 적극적인 관심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김진국 전문기자/navyj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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