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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재구성] MVP와 ‘김재환 논란’, 진정한 최고는 이승엽과 선동열

기사입력 [2018-11-22 14:30]

시끄럽다. 말이 많다.


두산 김재환(30)이 정규 시즌 최우수선수(MVP)로 뽑히자 ‘용서와 불용’을 들먹이며 서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재환은 2011년 파나마에서 열린 야구 월드컵에 참가했다가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이 드러나 10게임 출전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그 후 7년 동안 후회와 반성의 생활 속에서 끊임없는 자기 노력으로 올 시즌 최고의 기록을 남겼다.

 

한 편에선 ‘자격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반면 다른 쪽에선 ‘명백한 잘못이니 MVP로서 부적절하다’고 고집한다. 

‘면죄부’를 줘도 된다는 쪽과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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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환이 지난19일 서울 강남구 르 메르디앙 서울 다빈치볼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재환은 올 시즌 홈런과 타점왕이다. 139게임에 나가 타율 3할3푼4리와 홈런 44개, 타점 133개를 기록했다. 4번 타자로서 두산의 정규 시즌 1위를 이끌었다. 역대 어떤 MVP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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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넌트레이스 MVP는 최고의 영광이다. 6개월의 대장정을 통해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친 결과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현행 MVP 후보 자격 규정에 의하면 김재환의 수상은 모두에게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김재환은 그렇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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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했다. 올해로 37년째를 맞았다. 프로 원년 우승팀은 OB 베어스, 정규 시즌 MVP는 박철순이었다. 역대 MVP 중 팬들의 뇌리에 가장 또렷한 인상을 남긴 선수는 누구일까.

 

자타가 공인하는 ‘영원한 홈런왕’ 이승엽과 ‘국보 투수’ 선동열이다. 이승엽은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기면서 총 5차례나 MVP를 차지했다. 선동열은 ‘20승과 0점대 방어율’이 무엇인지 보여주며 총 3차례 영광을 안았다. 이젠 모두 ‘전설’이다.

 

# 타자 MVP - 힘은 역시 홈런, 이승엽이 중심

 

이승엽은 1997년 생애 첫 MVP를 차지했다. 1995년 경북고를 졸업한 뒤 삼성에 입단해 3시즌째를 맞아 처음으로 30홈런 시대를 열었다. 126게임에 나가 타율 3할2푼9리와 홈런 32개, 타점 114개를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왕이 됐다.

 

이승엽은 1997년을 시작으로 1999년, 2001년부터 2003년까지 홈런왕이 될 때마다 총 5차례나 ‘홈런왕=MVP'라는 등식을 완성하면서 최고의 영광을 함께 했다.

 

1999년 54개, 2001년 39개, 2002년 47개, 2003년 56개를 터뜨린 홈런이 MVP를 수상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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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엽이 2002년 정규 시즌 MVP로 선정된 뒤 아내 이송정씨의 축하 키스를 받고 있다. 2003년 대구구장에서 방송인 김제동과 환한 미소로 담소하고 있는 이승엽, 2003년 대구구장에서 시즌 56호 홈런을 터뜨린 홈으로 들어가고 있는 이승엽, 2001년 정규 시즌 MVP 시상식장에서의 이승엽.(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홈런은 선수는 물론 팬, MVP를 선정하는 언론 투표단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마련이다. 프로 출범 이후 올해까지 37차례의 투표 중 총 20차례나 홈런왕에게 MVP의 영광을 안겼다.

 

1983년 삼성 포수 이만수가 27개의 홈런을 기록한 덕에 최우수선수로 뽑힌 뒤 해태 내야수 김성한(1985년 - 22개, 1988년 - 30개), 빙그레 내야수 장종훈(1991년 - 35개, 1992년 - 41개), 넥센 내야수 박병호(2012년 - 31개, 2013년 - 37개)가 홈런왕 등극과 함께 각각 2차례 MVP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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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김성한과 빙그레 장종훈은 각각 2차례 MVP의 영광을 안았다. 김성한은 2003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탤런트 김세아와 함께 시상자로 참석했다.(왼쪽) 1991년 정규 시즌 MVP를 수상한 장종훈이 그 해 스포츠조선이 창간과 함께 첫 시상한 다이아몬드대상을 받고 포즈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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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박병호는 홈런왕과 MVP를 차지한 이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가 돌아왔다. 박병호가 2012년 MVP시상식에서 각종 수상 트로피를 들고 있다.(왼쪽) 2013년에도 MVP를 차지한 박병호가 그 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에 아내 이지윤씨의 손을 잡고 입장하고 있다.  

 

이밖에 1993년 김성래(삼성 28개), 1995년 김상호(OB 25개), 1998년 우즈(OB 42개), 2000년 박경완(현대 40개), 2009년 김상현(KIA 36개), 2010년 이대호(롯데 44개), 2015년 테임즈(NC 40개), 2018년 김재환(두산 44개) 등이 홈런 1위의 프리미엄을 앞세워 MVP까지 거머쥔 주인공들이다.

 

이대호는 특별한 케이스였다. 2010년 홈런왕은 물론 타격왕, 타점왕, 최다안타 등 타격 6관왕을 차지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타격 1위가 MVP를 차지한 경우는 이대호를 포함해 총 4차례. 1987년 ‘타격의 달인’이라 불리던 삼성 장효조가 타율 3할8푼7리로 수상의 영광을 맛봤다. 그 후 1994년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해태 유니폼을 입고 타율 3할9푼3리로 타격왕에 올라 MVP까지 수상했다. 그리고 10년 뒤인 2014년 넥센 서건창이 타격 1위(0.370) 출신 MVP가 됐다.

 

# 투수 MVP - 으뜸은 선동열, 유일한 새내기는 류현진

 

투수 MVP의 으뜸은 역시 ‘국보 투수’ 선동열이다.

 

선동열은 ‘무등산 폭격기’로 불리던 해태 시절 3차례 최우수선수를 차지했다. 기록도 최고였다. 특히 평균자책점에선 영원히 깰 수 없을 ‘0점대’를 기록할 정도였다.

 

해태는 198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1983년 첫 우승에 이어 두 번째. ‘해태 왕조’의 시작을 알렸다. 마운드엔 ‘최고 투수’ 선동열이 있었다.

 

선동열은 1986년 24승6패와 평균자책점 0.99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만들었다. ‘꿈의 0점대 방어율’을 처음으로 현실화했다.

 

선동열의 활약은 선발과 마무리로 종횡무진 이어졌다. 1989년 또 ‘20승과 0점대 방어율’을 만들었다. 21승3패와 평균자책점 0.89. 천하무적이었다.

 

선동열은 이렇게 야구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1990년에도 22승6패와 방어율 1.21로 각각 다승 1위와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하면서 진정한 MVP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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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동열은 '전설'이 된 최고 투수다. 해태 시절 20승과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면서 최고의 피칭을 하면서 3차례나 정규 시즌 MVP에 올랐다. 선동열이 KBO 홍보대사 때 광주 구장을 덕아웃에서 해태 김응용 감독(왼쪽)과 프로 원년 꿈의 4할대 타율(0.412)를 기록했던 백인천 전 MBC감독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다. 

 

선동열 이후 ‘투수 MVP’는 5년 동안 주춤했다. 시나브로 ‘20승 MVP’는 ‘전설’로 사라지는 듯 했다.

 

1996년 한화 구대성이 18승3패와 평균자책점 1.88로 MVP에 올랐다. 1점대 방어율을 나타냈지만 20승 도전에 실패했다. 그리고 2007년 두산 리오스가 22승5패와 평균자책점 2.07로 외국인 선수 최초의 최우수선수로 등극했다.

 

그동안 LG ‘야생마’ 이상훈(1995년 20승5패), 쌍방울 김현욱(1997년 20승2패), 현대 정민태(1999년 20승7패)가 ‘20승 투수’로 등록했지만 MVP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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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이제 메이저리거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하자마자 정규 시즌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수상한 '괴물'이었다. 류현진이 지난 20일 아내 배지현씨와 귀국하면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하고 있다. 

 

지금은 메이저리그의 ‘다저 맨’이 된 류현진은 2006년 영원히 깨지지 않을 기록을 남겼다.

 

류현진은 2006년 동산고를 졸업하고 한화에 입단한 새내기였다. 아직 앳된 모습이었지만 마운드에 서면 달랐다. 담대한 승부를 펼쳤다. 18승6패와 평균자책점 2.23. 다승과 방어율 1위에 올랐다.

 

팀 성적과 관계없이 최고의 활약을 펼쳤기에 최우수선수로 손색이 없었다. 당연히 신인왕도 류현진의 몫이었다. 프로 출범 이후 37년 동안 열아홉 새내기가 MVP를 차지한 것은 류현진 혼자 뿐이다.

 

‘원년 MVP’ 박철순은 ‘불사조’로 됐고, ‘무쇠팔’ 최동원은 1984년 MVP를 차지하면서 진정한 최고로 인정받았다.

 

올해까지 총 37번의 MVP 시상에서 투수는 박철순 등 14번, 포수 이만수와 박경완이 각각 1번, 내야수는 김성한 등 18번, 외야수 장효조, 김상호, 김재환 등 3명이 영광의 순간을 누렸다.

 

MVP 수상은 ‘전설이 되는 길’이다. (이창호 전문기자 / news@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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