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16일 한국 프로야구와 일본 프로야구가 일본 도쿄돔에서 자웅을 겨룬다.
이번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대회 개막전에서 한국 프로야구는 선동열 감독, 일본 프로야구는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이 각각 사령탑을 맡아 격전을 치를 예정이다.
2015년 11월 도쿄돔에서 열렸던 '2015 WBSC 프리미어' 대회 준결승전에서 선동열 감독은 당시 한국 대표팀(김인식 감독) 투수 코치로 참가했고, 이나바 감독은 일본 대표팀(고쿠보 감독) 타격 코치로 벤치를 지킨 바 있다.
당시 한국대표팀은 일본 선발 오타니에게 철저히 봉쇄당해 0대3으로 패색이 짙었으나, 오타니가 마운드에서 물러난 후인 9회초 일본 마운드를 맹폭하며 4대3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한국대표팀은 이 승리의 기세를 몰아 결승전에서 미국을 8대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하였다.
반면, 일본대표팀은 충격적인 역전패로 인해 일본 언론과 일본 야구팬들로부터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
따라서 이번 11월 대회는 한일야구에게는 다시금 숙명의 재격돌이 아닐 수 없다.
한국대표팀은 도쿄돔 역전승의 전설을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일본대표팀은 2년만에 명예회복을 위한 설욕전을 앞두고 칼을 갈고 있다.
요미우리의 선봉, 우완 정통파 스가노 & 강타자 사카모토 도쿄돔 한일전 출전 가능성 높아
지난 7월 11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 센트럴리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야쿠르트 스왈로스 경기에서 일본 투타의 대표선수들이 펼치는 활약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선발 투수로 나선 스가노 토모유키(28), 솔로홈런을 친 사카모토 하야토(29)가 홈팀 요미우리의 승리에 주역이었다.
이날 7이닝 8탈삼진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둔 스가노는 7월 31일 현재 센트럴리그 다승 1위(11승)와 방어율 1위(1.99), 탈삼진 2위(118개)로 발군의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스가노는 2013년(13승), 2014년(12승), 2015년(10승)으로 3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쌓다가 2016년 9승에 머물렀지만 올시즌 두자리 승수를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2013년 데뷔 시즌 이후 탈삼진과 방어율에서 성장세를 보이는 스가노는 2016년 리그 탈삼진 1위(189개), 방어율 1위(2.01)를 기록했다.
유격수로 호타준족인 사카모토는 7월 31일 현재 센트럴리그 타격 2위(0.333)로 선두 미야자키 토시로(요코하마, 0.336)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사카모토는 2012년에는 센트럴리그 최다 안타(173개), 최다 2루타(35개)를 기록한 바 있다.
요미우리의 두 대표선수는 일본 대표팀의 창과 방패로 11월 16일 홈구장인 도쿄돔에서 라이벌 한국팀을 상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완 투수 스가노는 시속 146km의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의 제구력이 뛰어났다. 공격적인 피칭으로 삼진을 빼앗거나 낮은 스크라이크존을 공략해 내야 땅볼을 유도하는 운영능력이 돋보였다.
우타자인 사카모토는 정교한 타격과 함께 한방을 갖춘 중장거리 타자이다. 외야가 넓은 도쿄돔에서 최적화된 타자로 볼 수 있다.
우리 대표팀의 타자들이 스가노의 면도날 투구를 어떻게 공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표팀 투수들은 사카모토의 정교한 타격을 어떻게 봉쇄할 것인지가 과제일 것이다.
선동열과 이승엽의 전설을 이어가길 바라며
도쿄돔은 우리 야구팬들에게는 이승엽의 도쿄대첩이 절로 떠오르는 구장이다.
2006년 3월 5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회 1차 라운드 3차전이 벌어진 도쿄돔에서 이승엽은 1대2로 뒤지던 8회초 역전 2점홈런을 터트려 영웅이 되었다.
삼성 라이온즈 출신의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해 치바 롯데마린스(2004~2005), 요미우리 자이언츠(2006~2010), 오릭스 버펄로즈(2011) 등에서 8시즌을 치루었다.
요미우리 시절 4번타자였던 2006년 이승엽은 전성기로 홈런 41개, 타점 108개를 기록했으나 주니치 드래곤즈의 타이론 우즈(홈런 47개, 타점 144개)에 밀려 안타깝게도 센트럴리그에서 홈런왕과 타점왕의 개인타이틀을 따지 못했다.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총797경기, 2969타석에서 홈런 159개, 타점 439개, 타율 0.257, 출루율 0.324, 장타율 0.494 , OPS 0.818을 기록했다.
선동열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세이브 투수로서 맹활약, '나고야의 수호신'으로 이름을 드높였다.
선동열 감독도 현역시절 도쿄돔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상대로 숨막히는 세이브를 여러 차례 거둔 바 있다.
주니치 시절(1996~1999) 특급 마무리투수였던 선동열은 총 162경기, 197 이닝에 등판하여 총 98세이브(10승 4패), 방어율 2.70, 탈삼진 228개, 피안타 160개, 피홈런 9개를 기록했다.
특히 1997년 시즌에는 38세이브를 올리면서 사사키 가즈히로와 세이브 공동 1위(구원 2위)를 기록했다. 1999년 시즌에는 주니치 드래곤즈가 센트럴리그에서 우승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세대교체기에 놓여 있다.
올해 11월 도쿄돔에서의 한일전은 그 목표를 향해 가는 첫 무대이다.
대표팀에 대한 야구팬들의 변함없는 응원을 확신하면서, 우리 대표팀의 투혼을 기대해 본다. (이종훈 기자/101305jh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