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오픈 테니스대회에서 메이저 4강을 달성하고 28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정현의 입국 인터뷰 장면.
2018년 호주 오픈은 대한민국 테니스의 큰 역사를 남긴 중요한 대회이다. 지금까지 우리 테니스 역사에서 메이저 대회의 가장 큰 업적은 1981년 US오픈에서 이덕희 선수와 2000년, 2007년 US 오픈에서 이형택 선수가 이룬 16강 진출이었다. 2018년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호주에서 쓰기 시작했다. 정현 선수는 16강전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3:0으로 완파하고 8강에 올랐고, 8강전에서는 신예 데니스 센드그렌(미국) 역시 3:0으로 이기고 4강에 진출했다.
세계랭킹 58위인 정현 선수는 세계랭킹의 숫자는 그냥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무더운 호주 날씨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제압하는 서브와 리턴 플레이로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등한 실력으로 맞섰다.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는 노련함까지 갖춘 모습이었다. 경기 후 장내 아나운서와의 인터뷰에서도 매우 여유 있는 모습으로 재치 있게 경기 소감들을 말하면서 누구와의 대결에도 자신 있다는 것을 알렸다.
2014년 정현의 경기 플레이(스포츠코리아 자료DB)
2006년 이형택의 경기 플레이(스포츠코리아 자료DB)
1990년대 말 박세리, 박찬호 선수는 IMF로 힘들었던 국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고, 2002년 한·일월드컵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던 대표적 스포츠 이벤트였다. 이후 비인기종목 혹은 국내 불모지인 수영, 피겨스케이팅에서 박태환, 김연아 선수는 새로운 가능성과 돌풍을 일으킨 주역들이었다. 이제 테니스가 그 역할을 할 것 같다. 박세리 키즈 이후 대한민국 여자 골프는 세계를 제패하고 있고, 박찬호의 MLB 성공 사례는 수많은 국내 야구선수들의 도전으로 이어졌다. 동양인의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수영에서는 비교적 단신인 박태환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 이후 수영이 그리고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점수로 우승한 김연아 선수 이후에는 피겨 돌풍이 일면서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도 김연아 키즈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그렇다.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주변의 많은 지원과 관심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역사를 쓰는 사례는 많지 않다. 혼자와의 싸움에서 피나는 노력 끝에도 좋은 성과가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새 역사 이후에는 많은 것들이 급속도로 변한다. 아직 어린 정현 선수는 이형택 선수의 메이저 16강 진출을 바라보며 성장했고, 호주 오픈 4강에 진출한 정현 선수를 바라는 보는 정현 키즈들이 성장하면서 우리나라 테니스도 여자프로골프처럼 언젠가 세계랭킹 10위 안에 많은 선수들이 들어갈 수도 있다. 그것은 생활체육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결국 우리나라 스포츠 산업이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엄청난 나비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4강전에서 부상으로 기권하여 아쉽게 대회를 마감했지만, 부상 투혼이 오히려 정현 선수의 위대함을 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이미 복식 금메달을 따내 군 면제의 혜택을 누리는 그는 이제 22살의 대한민국 청년이다. 테니스의 황제 페더러의 얘기처럼 그는 TOP 10의 실력을 갖춰가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테니스 황제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정현 선수의 새 역사가 다시금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찬 미래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어 새로운 붐업의 기폭제가 되기를 바라고, 아직 국내에서 비인기종목으로 여겨질 수 있는 테니스가 새로운 인기 종목으로 도약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되길 기대한다. (김진국 교수/navyj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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