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쓴 정현 선수의 2018 호주 오픈 16강 상대는 세르비아 출신의 노박 조코비치였다. 그는 전 세계랭킹 1위의 탑 선수였고, 특히 정현 선수의 롤 모델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런 상대를 만난 정현 선수, 겉으로는 의연한 척 경기를 잘 이끌어 나갔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긴장이 많이 되었을까? 본인이 그토록 동경하던 선수를 메이저 테니스 대회에서 상대로 만나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로도 만감이 교차할 것이라 생각된다.
노박 조코비치의 강력한 포핸드 리턴 공격(스포츠코리아 사진DB).
조코비치는 사실 6개월 동안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컨디션도 좋지 않았고,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로 인해 현재 세계랭킹도 14위로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2년 전 정현 선수가 호주오픈 첫 경기에서 만난 상대가 바로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노박 조코비치였다. 그때는 3:0 조코비치의 승리로 끝났고, 그는 호주오픈을 제패하였다. 이러한 이력을 가졌던 두 선수가 다시 2년 뒤 호주오픈 16강전에서 만나게 되었고, 그들의 경기는 정말 최고의 명승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경기 도중 메디컬 타임을 부르는 등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였던 조코비치였지만, 최선의 다해 플레이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몇 차례 고통을 호소하며 경기를 중도에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모습에도 그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두 선수는 3세트 모두를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테니스 팬들에게 명승부를 보여주었다. 경기가 끝난 후 정현 선수는 어떻게 이길 수 있었냐는 아나운서의 질문에 “제가 조코비치 선수보다 어려서요.” 라고 하여 재치 있는 소감을 전하기도 하였다.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에서 메이저 4강을 달성하고 2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정현.
조코비치 역시 경기가 끝난 후 승리한 정현 선수에게 다가가 환한 미소로 악수를 하며 축하를 해 주었고, SNS를 통해 다시 한번 정현 선수가 충분히 자격이 있는 선수라고 칭찬을 하며 진정한 챔피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정현 선수가 2년 전보다 기량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성장해 놀랐고, 앞으로 Top 10에 진입할 것이라고 확신도 하였다. 정현 선수의 세계랭킹은 54위이다. 전 세계랭킹 1위였던 선수가 54위인 선수에게 16강전에서 3:0으로 완패를 했다면 과연 그런 마음이 들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승자와 패자는 언제나 공존하기 마련이고, 어느 아이돌의 노래처럼 ‘영원한 건 절대 없어~’ 라는 세상의 이치를 다시 느끼게 한다. 그렇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세계랭킹 1위도 언젠가는 바뀐다. 그러나 그 선수가 남긴 진정한 스포츠맨십은 오랫동안 팬들에게 남을 것이다. 이러한 장면을 보면 난 항상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유도 60kg급 결승전이 떠오른다.
'2008 베이징올림픽' 대회 첫 날인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유도 60kg 경기에서 한 판 승으로 우승한 최민호를 축하해주는 오스트리아의 루트비히 파이셔 선수. 최민호와 파이셔는 지난 2007년 '25회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60kg급에서도 나란히 동메달에 머무른데 이어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만나는 묘한 인연으로 눈길을 끌어었다(스포츠코리아 사진DB).
오스트리아의 루트비히 파이셔 선수를 한판승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건 최민호(스포츠코리아 사진DB).
우리나라 최민호 선수의 상대였던 오스트리아의 루트비히 파이셔 선수가 결승전에서 한판 패를 당하고도 감격하고 있는 최민호 선수의 팔을 번쩍 들어 올려 관중들에게 최민호 선수가 금메달리스트임을 알려주며 진심어린 축하를 해 준 명장면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아직 기억할 것이다. 정현 선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스포츠 선수들이 배워야 할 덕목이 아닐까 한다. 패배를 인정하고, 상대를 진심어린 마음으로 축하줄 수 있을 때 진정 자신도 축하받을 수 있다는 조코비치의 스포츠정신을... (김진국 교수/navyj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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