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8시 10일간의 대제전이었던 평창동계패럴림픽이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김창완 밴드와 청각장애우 발레리나 고아라, 시각장애우 피아니스트 김예지 씨 등이 등장해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 주었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은 금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따내며 종합순위 16위로 대회를 마감하였다. 우리나라는 1992년 알베르빌 대회를 시작으로 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하여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패럴림픽에서 알파인 좌식스키 한상민 선수가 한국의 첫 메달인 은메달을 선사하였다. 그리고 2010년 벤쿠버 동계패럴림픽에서 휠체어컬링 국가대표팀이 또 한번 은메달을 따내며 역대 2번째 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평창동계패럴림픽 전 역대 올림픽 메달은 단 2개뿐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기록이었다.
평창동계패럴림픽 폐막식(사진_대한장애인체육회)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패럴림픽 한상민 선수 은메달 수상장면(사진_대한장애인체육회)
2010년 벤쿠버 패럴림픽 휠체어 컬링 팀 은메달 수상장면(사진_대한장애인체육회)
그런데 이번 패럴림픽에서 그 동안 장애인 노르딕 스키의 간판으로 불리던 신의현 선수가 마침내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해 주었다. 신 선수는 지난 11일 크로스컨트리 남자 15km에도 출전하여 42분 28초 09로 이미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었다. 이후 다시 출전한 크로스컨트리 7.5km에서는 금메달을 따냈다. 신 선수가 이번 대회에 출전한 모든 종목의 거리를 합하면 총 63.93km였다. 두 팔로 이 거리를 모두 완주하는 진정한 올림픽의 철인이 탄생한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때 많은 종목에 출전했던 이승훈 선수 역시 신의현 선수의 모습을 보고 “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셨다, 나는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분이다.”라고 하면서 신 선수가 진정한 스포츠 영웅이라 찬사를 보냈다. 그렇다. 비장애인도 해내기 어려운 것을 신 선수는 모두 이겨내고 대한민국에 희망을 안겨주었다.
신의현 선수가 크로스컨트리 15km 좌식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사진_대한장애인체육회)
신 선수의 이런 쾌거는 그냥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정직한 연습과 노력의 대가로 나온 결과였다. 카스파 위르츠 한국 노르딕스키 대표팀 감독은 “신의현 선수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스키 위헤서 보냈는지 헤아리기 어렵다면서 그는 훈련을 한창할 때 하루 5시간씩 5-60km를 타곤 했다고 전했다.” 또한 부모님을 도와 틈틈이 농사일을 거두면서 기초체력을 키워왔다고 한다. 밤 농사를 짓는데 한 포대에 40kg를 쌓으면서 허리 힘도 기르고, 예전에 칡즙 장사를 할때도 3-4시간씩 2-300kg의 칡을 캐면서 당기는 힘을 자연스레 길렀다고 웃으며 과거를 이야기했다. 12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신 선수는 크나큰 좌절에 빠졌지만, 어머니의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3년여 간의 힘든 생활 끝에 신 선수에게 희망의 빛은 스포츠였다. 처음 장애인복지관에서 접한 운동은 휠체어 농구로 운동 소질이 남달랐던 신 선수에게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해 준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존재였다. 특전사 출신이었던 신 선수에게는 타고난 체력과 강인한 정신력이 이미 무장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이후 싸이클 등 다양한 종목을 접하면서 이번 동계패럴림픽을 위해 3년 전 부터는 노르딕스키에 매진하였다.
신의현 선수가 크로스컨트리 7.5km 우승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_대한장애인체육회)
운동을 시작하면서는 베트남 출신의 아내의 내조가 매우 큰 역할을 해줬다고 한다. 밤 농사를 짓는 시부모님을 도와 농사일과 집안일 그리고 두 아이들을 거뜬히 키워 낸 아내 덕분에 신 선수는 마음 편히 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가족의 힘이 있었기에 지금의 신 선수가 있었고, 이러한 감동의 스토리 덕분에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의 장애우들이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좋은 모습이 아닐까 한다. 금메달을 획득한 신 선수는 우선 가족에게 그 고마움을 표현하였지만, 이 땅의 모든 장애우들에게 희망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그가 진정 피땀흘려 운동한 이유였을 것이다. 신 선수 역시 실의에 빠졌을 때 패럴림피언들의 활약을 보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신 선수의 메시지는 많은 장애우들에게 커다란 희망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너도 할 수 있어, 나도 했으니까!” (김진국 전문기자/navyj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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