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서지현 검사의 나비효과로 인해 다양한 분야의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법조, 의료, 정치, 경제, 체육 분야 등 지금까지 관행 또는 은폐되었던 범죄들이 여러 사람들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세상에 하나 둘씩 알려지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중구난방(衆口難防)은 많은 사람들의 말은 막기가 어렵다는 이라는 의미이지만, 통상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여 통제가 잘 되지 않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 의미로 통용된다. 하나의 작은 목소리는 세상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달라고 마구 목소리를 쏟아내면 상황은 달라지는 것 같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체육계 혁신 계획 발표를 위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그렇다. 중구난방(衆口難防)의 유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
이 사자성어는 1370년 경 중국의 증선지(曾先之)가 편찬한 역사서인 십팔사략(十八史略)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주(周)나라의 여왕(厲王)은 폭정을 일삼은 폭군이었다. 이로 인해 신하들은 물론 백성들에게도 탄압이 심해 원한이 쌓여만 갔다. 이러한 행태를 참지 못한 소공(召公)은 충언을 하며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개천을 막는 것보다 어렵습니다(防民之口 甚於防川) 라고 하였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냇물을 막는 것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냇물을 둑으로 막았다가 무너지면 상하는 사람이 반드시 많아지게 되는데, 백성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냇물을 위하는 자는 물이 잘 흐르도록 물길을 터 주고, 백성을 위하는 자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이 말이 바로 중구난방(衆口難防)의 유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쇼트트랙 성폭력 논란에 대한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의 기자회견 장면.
이러한 충신의 조언에도 여왕(厲王)은 이를 무시하고, 무고한 백성들을 마구 잡아들이며 아무 말도 못하게 하는 공포정치를 계속 했고, 이로 인해 왕은 아무도 나를 욕하거나 원망하는 자가 없으니 이를 태평성대라고 자화자찬하면서 득의만만해 하였다. 그러나 3년이 채 가기도 전에 백성들은 국인폭동(國人暴動)을 일으켜 왕을 몰아내었고, 여왕(厲王)은 평생 도망자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왕이 없는 동안 일부 제후와 재상이 왕을 대신하여 집정(執政)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것이 공화(共和)였고, 오늘날 공화제(共和制)의 기원이 이미 기원전 841년에 시작되었다는 것이 놀랍지만, 어쩌면 인간이 사는 세상이 다 비슷한 건 아닐까 한다. 이후 선왕이 즉위하기 까지 약 14년의 걸쳐 공화제가 이어졌고, 사마천은 공화 원년을 기년(紀年)으로 삼아 12제후연표(十二諸侯年表)를 연대에 따라 상세히 기록하였다. 따라서 공화 원년인 기원전 841년은 중국 역사에서 문헌을 통해 구체적인 연대 확인이 가능한 최초의 시점으로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심석희 선수 폭행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조재범 전 코치의 모습.
하나의 사자성어로만 여겨졌던 중구난방(衆口難防)은 오늘날 공화제의 기원이 되었고, 또한 본연의 의미로 해석하면 민주주의의 근원이 되는 중요한 단서로써 우리는 그 뜻을 간직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 일부 체육계에 아직도 만연한 여왕(厲王)의 폭군정치는 언젠가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하면 그 끝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체육계에서 다양한 의견과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 쇄신과 시스템이라는 용어를 가지고 새로운 시작을 외치고 있는데, 좋은 시스템을 만들면 과연 지금까지의 관행이 금방 사라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 깊숙하게 뿌리박힌 의식의 개혁이다. 단순히 권력이 있는 사람들만의 의식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주체가 되어 올바른 방향으로 사회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식이 전제가 되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자 할 때 비로소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진국 전문기자/navyj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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