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의 스포츠산책

[스포츠산책] 스포츠 성(性) 정체성

기사입력 [2019-05-13 08:30]

최근 남아공의 육상선수 캐스터 세메냐로 인해 스포츠에서의 성() 정체성 논란이 다시 붉어졌다.

 

세메냐는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 압도적인 레이스를 보이면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출전 제한을 시도해 왔다. 세메냐가 과다하게 분비되고 있는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남성 못지 않은 근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자선수들과의 경쟁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출전 제한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지만, 최근 기준치를 제시하면서 세메냐의 출전 제한 규정에 대한 부당함을 담은 조정 신청을 기각했다. 그 기준은 여성 선수의 경우 보통 남성 호르몬이 리터당 1나노몰 정도인데, 남자가 약 10배 정도 많기 때문에 그 절반인 5나노몰 이하여야 출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세메냐의 남성 호르몬 수치는 남성과 거의 흡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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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논란에 중심이 된 남아공 캐스터 세메냐 선수. 

  

작년 11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400m부터 1마일(1.6km)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제한하는 규정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여자선수들은 다음 대회 출전 6개월 전부터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해야 하지만, 세메냐와 남아공육상연맹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강력 반발하며 제소하면서 규정은 보류됐었다

특히 2016년 리우올림픽때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여성 종목에 출전할 수 없다는 종목을 신설하며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하기도 했으나, 세메냐는 이를 불식시키고 극적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2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최종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세메냐가 9월 카타르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제출해 기준치를 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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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기량으로 여자 육상의 제왕으로 군림하게 된 세메냐 선수의 경기 모습.

  

이러한 스포츠에서의 성() 정체성 논란에 대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야기된 문제였다

19507월 벨기에 유럽육상선수권 대회 개막 1개월 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여성 선수들을 대상으로 최초 의무 성별 테스트를 했다

이때 네덜란드 선수 Foekje Dillema가 처음 적발되어 평생 출전 금지의 불명예를 기록했다

올림픽에서는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에서 처음 도입되었는데, 여성 선수들에게만 수치스러운 검사들을 하고, 일부 선수들에게는 수술을 강요하는 등의 부작용이 매우 심했다. 이때에는 염색체(Y) 테스트가 도입되어 여성으로 위장한 남성을 확인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이러한 스포츠 성별 검사(gender verification in sports)는 많은 여성 선수들에게 수치심을 주며 인권에 대한 논란이 많았고, 검사 결과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는 이유로 1996IOC은 성별 검사 중지 결의안을 통과시켜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부터 성별 검사는 폐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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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성전환 선수로는 처음으로 프로테니스에 입문한 레니 리처즈 선수의 모습.

  

한편 FIFA에는 또 다른 규정이 있는데, “Androgenic hormones have performance-enhancing effects, particularly on strength, power and speed, which may provide an advantage in football and could influence the outcome of the game.” 이라 명시하고 있다

, 안드로겐(남성 호르몬)은 경기력 향상 능력을 가지는데 특히, 근력, 파워 그리고 스피드를 더욱 향상시킨다. 안드로겐은 축구를 하는데 있어서 유리한 점을 제공할 수 있고, 경기 결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런데 안드로겐 무감성 증후군이란 실제 몸은 여성이지만, 유전학적인 성염색체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남성과 유사한 질환을 의미한다

2006년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 여자육상 800m에서 은메달을 땄던 인도의 산티 순다라얀 선수가 바로 그 질환을 가진 선수였다. 산티 순다라얀은 경기가 끝난 후 성별 검사에 임했고, 그 결과 자신이 여성 염색체(XX)가 아닌 남성 염색체(XY)를 가진 안드로겐 무감성 증후군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본인도 몰랐던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고, 메달도 박탈당했지만 현재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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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겐 무감성 증후군 환자였던 인도의 산티 순다라얀 선수의 모습.

  

이러한 사건으로 안드로겐 무감성 증후군을 지닌 여성이 여성임에도 선천적인 특징을 이유로 출전을 금지당하는 것이 옳은지 논란이 있었다

현재 안드로겐 무감성 증후군을 지닌 여성의 출전을 금지하는 규정은 산티 순다라얀의 사례로 인해 20157월 스포츠 중재 재판소의 결정으로 효력이 중지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자 축구 박은선 선수가 한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적이 있었다

외형이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와 축구 실력이 출중하다는 평가로 국제사회에서 의심을 많이 받았다. 단순 의혹만으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한 박 선수는 수치심과 화가 많이 나는 등의 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였다


그러므로 정확한 성별 확인을 위한 기준치를 제공하는 것은 스포츠에서의 평등을 추구하는 올바른 방향이겠지만, 무분별한 성() 정체성에 대한 근거 없는 논란은 또 하나의 인권 침해라는 것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김진국 전문기자/navyj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