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3일 폴란드에서 열린 U-20 남자 월드컵 대회의 막이 내렸다. 23일간의 열전 속에 아쉬운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무리했지만, 우리는 작은 태극전사들로 인해 행복한 6월의 열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1983년 FIFA 대회 첫 4강 신화를 회상하면서 우리는 그동안 많은 도전을 해왔지만, 강호들이 포진한 본선 무대에서 16강, 8강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본선 무대에 올랐지만, 같은 조에 우승 후보였던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있어 많은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16강 진출에 대해 비관적인 예상을 내놓은 상황이었다.
우크라이나와 결승전을 응원하기 위해 상암경기장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
아니나 다를까,,, 첫 경기 포르투갈전에서 우리 팀은 열심히 잘 싸웠지만, 0:1로 패배를 하면서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가는 듯 했다. 두 번째 경기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조 3위로 16강을 기대할 수 있었다. 포르투갈전보다 훨씬 더 조직력이 좋아졌고, 첫 경기 패배에도 어린 선수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무언가 자신감도 느껴졌고, 점차 선수들간의 호흡도 잘 맞아가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동료를 위해 내가 한 걸음이라도 더 뛴다는 마음가짐으로 점점 원팀이 되어가는 것이 보였다. 남아공과의 대결에서 1:0 승리를 거둬 이제 3차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한다면 16강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더 높여갈 수 있었다. 물론 상대는 우승 후보였다. 그런데 막상 우승 후보와의 마지막 진검승부에서 우리 대표팀은 전혀 위축됨이 없이 강팀에 더욱 맞불을 놓았다. 결국 2:1로 승리하면서 예상을 뒤엎고 조2위로 당당히 16강 진출을 이루어냈다.
남자 대표팀 최초의 결승전을 응원하며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16강 상대는 영원한 라이벌 일본 대표팀. 일본은 예선전 무패의 전적으로 올라온 조직력이 매우 좋은 팀이었다. 선수들에게는 더 열심히 해야 할 동기부여가 다른 팀보다 더 생긴 것 같은 분위기였다. 전후반 내내 팽팽한 접전을 이어간 두 팀은 후반 경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팀의 헤더 슛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8강에 진출했다. 다음 상대는 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이었다. 아마도 이번 대회를 통틀어 가장 다이내믹한 경기가 아니었을까? 아프리카의 강호답게 한국 대표팀을 위협하면서 2:1로 앞선 세네갈 대표팀이었다. 그러나 후반 54분 마지막 한국팀의 코너킥 기회에서 극적인 헤더 골로 경기는 연장으로 갔고, 연장 전반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간 한국팀에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골을 기록한 세네갈 대표팀,,, 정말 어떤 작가가 이런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까? 승부차기에서도 한국 대표팀은 1, 2번 킥커가 모두 실축하면서 패색이 짙어가는 듯 했지만, 연이은 골키퍼의 선방이 곧바로 이어지면서 결과는 3:2 한국 대표팀의 36년 만의 4강 진출이었다.
대표팀의 대회 출전 전 미디어데이에서 전체 촬영한 모습
4강전은 남미의 강호 에콰도르 대표팀. 여러 차례의 VAR을 바라보면서 마음 졸였던 기억이 시청하신 분들 모두에게 남아 있을 것이다. 1:0으로 앞선 대표팀은 후반 종료 직전 골이나 다름없는 슛팅을 이광연 골키퍼가 선방을 하면서 경기는 바로 종료되었다.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었고, TV 자막에는 ‘대한민국 결승진출’이라는 문구가 나왔다. U-17 여자 월드컵 이후 처음 보는 장면이었고, 남자 대표팀으로는 사상 처음이었다. 잠을 설쳤지만, 피로감이 전혀 없었다.
2019 U-20 월드컵 골든볼 수상자 이강인 선수
대망의 결승전은 본선무대에서 단 한차례 패도 없었던 우크라니아 대표팀. 우리나라도 우크라니아도 23일간 7경기를 치르면서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었을 경기였다. 한국 대표팀이 전반 초반 PK로 골을 넣으면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이어갔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전반적으로 체력이 많이 소진된 듯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더욱이 날씨도 32℃로 경기 중간 쿨링 타임을 선언할 정도였다. 열심히 잘 싸웠지만, 아쉽게도 우크라이나의 우승으로 대회는 막을 내렸다.
U-20 월드컵 대표팀의 이강인 선수와 조영욱 선수의 모습
우리는 지난 2002년 6월 대표팀의 4강 신화로 전 국민이 즐거웠었던 기억이 있다. 17년 만에 무더운 현지 날씨에도 머나먼 원정 경기에서 이루어낸 작은 태극전사들의 준우승을 보면서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가야 할 방향을 확인한 것 같다. 대표팀의 막내 이강인 선수는 의젓하게 형들과 조화를 이루며 대회 MVP인 골든볼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축구는 단체전이다. 한 사람의 뛰어난 실력자보다 11명이 하나의 팀이 되었을 때 더 좋은 성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보여 주었다.
사상 첫 준우승의 신화를 만든 정정용 감독의 모습
또한 정정용 감독은 대회를 마칠 때까지 진솔하고, 겸손한 자세로 선수들과 허물없는 모습으로 정확한 전술을 보여 주었다. 이 외에 많은 코칭 스태프들도 오로지 대표팀의 승리를 위해 헌신했다. 국민들 모두는 6월의 화려한 축제를 만들어 주신 대표팀에게 감사를 드릴 것이고, 앞으로 더욱 성장할 20살의 어린 선수들을 계속 응원할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 6월이 되면 모든 국민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열기를 계속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우리 모두는 기대할 것이다.(김진국 전문기자/navyj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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