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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무비 스토리]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기사입력 [2017-09-1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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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이템(소재, 이야기)으로 영화를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또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모든 영화감독들의 공통된 고민입니다. 이 아이템을 찾는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시도되는 방식이 원작 소설, 그중에서도 대중적 인기를 얻은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옮기는 일입니다. 때문에 한국영화 뿐 아니라 외국의 많은 영화들도 원작을 영화화한 경우가 꽤 많습니다. 영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90, 장길수 감독)도 이문열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흥미있는 점은 이 소설의 제목 역시 오스트리아의 작가 잉게보르크 바하만의 동명 시집 제목에서 가져왔다는 사실입니다. 어쨌든 이문열 작가의 소설은 1988년 출간되어 서점가에서 선풍을 일으켰습니다. 당연히 베스트 셀러가 됐구요.

때문에 당시에는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뉴스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게다가 여주인공으로 내정된 강수연은 씨받이’(1987, 임권택 감독)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업그레이드시키며 월드스타로 떠오른 터라 영화팬들의 관심도 한껏 고조됐습니다. 또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장길수 감독 역시 당시 한국영화계에 불어닥친, 실험적인 형식과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어내는 코리안 뉴 웨이브의 한 축으로 데뷔작인 밤의 열기 속으로’(1985)의 호평에 힘입어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영화 촬영도 하기 전에 이미 보고 싶은 영화’ 0순위로 꼽혔던 셈입니다.

  

그래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의 영화 촬영현장은 늘 취재진으로 북적댔습니다. 강수연의 상대역인 남자주인공 손창민도 70년대 아역배우 출신으로 꽤나 알려진 배우였기에, 영화전문잡지 등에서는 강수연 VS 손창민의 형식으로 특집 기사를 여러차례 게재했습니다. 어린 시절 부산에 살던 손창민은 신성일(강신성일)의 영화촬영현장을 기웃대다가 귀엽게 생겼다는 이유로 아역배우의 길에 들어선 케이스였습니다. 70년대에는 TV에서 어린이 드라마를 많이 제작 방영했는데, 손창민은 물 만난 고기처럼 방송국을 안방처럼 드나들며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MBC TV달려라 삼총사‘ ’철이의 모험‘ ’우주탐험대등등. 그러다가 고등학생이 되어 KBS 1TV고교생 일기에 출연하면서 일약 하이틴 스타로 발돋움했습니다. 당시 고교생 일기는 하이틴 스타들의 등용문과도 같았습니다. 강수연도 여기에 출연했지요. 최수종 하희라 채시라 등의 배우들이 모두 이 고교생 일기를 통해 배출됐습니다. 강수연과 손창민의 연기 앙상블 역시 이미 수년간 호흡을 맞춰온 베테랑급으로 펼쳐졌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남주인공 형빈(손창민)은 지방의 소도시에서 유일하게 서울의 법대에 진학한 개천표 용입니다. 사법고시 준비에 전념하고 있던 형빈은 우연히 만나게 된 영문과 여학생 서윤주(강수연)의 이국적인 미모에 빠져버립니다. 그런데 윤주가 새 학기 등록을 하지 않고 이태원의 클럽을 전전한다는 소문을 듣게 됩니다. 그녀를 찾아나선 형빈은 마침내 외국인 전용술집에서 윤주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녀로부터 불우했던 과거의 진실을 듣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동거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곧 소식을 들은 형빈의 아버지가 찾아와 윤주에게 형빈과 헤어질 것을 요구하고, 윤주는 미국으로 떠납니다.

이후 형빈은 고시 대신 대기업에 취직하여 미국지사로 파견근무를 자원합니다. 미국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한동안 여행을 즐기며 행복하게 지내지만 파티와 쾌락에 젖어사는 윤주로 인해 자주 다투게 되고 갈등은 점점 더 깊어갑니다. 영화의 마지막, 두 사람은 오래전 함께 여행했던 오스트리아의 한 농가를 다시 찾습니다. 여기에서 윤주는 짐짓 형빈을 거세게 비난하며 자극하고, 형빈은 준비해간 권총으로 윤주를 쏩니다. 의식을 잃어가는 윤주는 형빈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면서 눈을 감습니다.

 

격정적으로 윤주를 향한 사랑에 올인하는 형빈, 그리고 이러한 형빈의 사랑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아메리칸 드림의 허망함에 지쳐버린 윤주. 이 두 사람의 비극적인 추락의 과정을 카메라는 담담하게 담아냈습니다. 장길수 감독은 신기루 같은 두 사람의 사랑이 죽음으로 끝나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이 죽음을 통해 두 사람은 구원이라는 출구로 나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연출의 변을 밝혔습니다. 그랬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윤주가 남긴 대사를 보면 그렇게 생각됩니다.

실은 나도 하루하루 꺼져가는 촛불같은 우리 삶을 망연하게 지켜보는 게 괴로웠어. 그런데, 넌 왜 바보같이 일찌감치 내게서 달아나지 않았어? 이렇게도 여러번 기회를 주었는데,,, 이렇게 함께 추락하는 게 안쓰러워

말하자면 형빈은 윤주를 쏘아 죽임으로써 영원히 윤주를 소유할 수 있다고 믿었던 거겠죠. 당시 영화를 보고나오는 여성관객들의 반응도 대부분 어쩌면 저렇게 복이 많을까 저 여주인공은,,,”이라는 식이었습니다. 얼마나 사랑하면 저렇게까지 하겠느냐는 부러움이었던 거죠. 요즘의 유행어처럼 부러우면 지는 것임을 27년 전에 이미 여성관객들이 보여준 셈입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한국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31만명이라는 흥행기록을 세웠는데, 전체 관객 중 여성의 비율이 7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오스트리아 그라쯔 지방의 아름다운 풍광도 여성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했습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쉽지 않았던 해외촬영의 성공사례가 되어 이후 한국영화에서도 해외촬영에 나서는 기획을 과감하게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같은 호평에 힘입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그해 대종상 시상식에서 장길수 감독은 감독상, 강수연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7개부문의 상을 휩쓸었습니다. (이창세 영화기획 프로듀서/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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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의 두 주인공, 윤주 역의 강수연과 형빈 역의 손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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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현장에서 제작스태프들의 촬영할 장면의 설명을 드고 있는 강수연과 손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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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등록을 하지 않고 이태원의 클럽을 전전한다는 윤주(강수연)을 찾아나선 형빈(손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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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강수연)로부터 과거의 진실을 전해듣고 충격에 빠진 형빈(손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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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민과 강수연은 이미 아역배우 시절부터 여러 영화와 TV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춰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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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KBS 1TV 드라마  '고교생 일기'를 통해 하이틴 스타로 떠오른 손창민과 강수연. 두 사람은 이 영화에 앞서 1985년에는 '고래사냥2'에서도 함께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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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잠시 쉬는 사이 망중한을 즐기는 손창민과 강수연. 손창민의 손에 담배가 들려있는 모습에서 실내에서도 담배를 피웠던 시절이었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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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도중 입술 메이크업을 고치는 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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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의 얼굴'을 연기하는 강수연. 이미 이 시기엔 '씨받이'로 월드스타의 반열에 올랐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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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발랄한 모습의 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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